[Why] [Why?의 사랑과 전쟁] 휴지가 돼버린 아버지의 유언장… 3남매는 원수가 됐다

조선일보
  • 강호순·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입력 2011.09.03 03:05 | 수정 2011.09.03 11:01

    재력가 A씨는 수년 전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그에게는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장남과 대기업 차장인 차남, 가정주부인 딸이 있었다. 3남매는 개성이 강하고 이기적인 성격 탓에 어려서부터 다툼이 많았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이 죽으면 자식들이 재산 싸움을 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는 30억원쯤 하는 상가 건물과 15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었고, 5억원가량의 금융 자산이 있었다. 그는 고민 끝에 평소 병원 이전을 희망했던 장남에게는 상가, 집이 없던 차남에게는 아파트, 부유한 시댁을 둔 외동딸에게는 금융 자산을 주기로 했다. 그는 이 같은 계획을 유언장에 적어 놓으면 일부 자식이 불만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해 입원실 서랍에 보관했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 3남매를 불러 재산 분배 계획을 말했다. 그리고 유언장에 적시해 놓았으니 싸우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남은 불만이 없었으나 차남과 딸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러나 차남과 딸은 아버지 앞에서는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장례가 끝나자 장남은 동생들에게 유언대로 재산을 나누자고 했다. 그런데 동생들은 "유언장 형식이 잘못됐다"면서 법적 효력을 문제 삼았다. 민법에서 규정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필로 기재하고 날인'해야 효력이 있는데 아버지가 쓴 유언장에는 단지 유언 내용과 이름만 있을 뿐 날짜와 날인 등이 빠져 있었다.

    유언장의 효력이 불투명해지자 차남과 딸은 장남을 상대로 법원에 상속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더불어 단순히 법정 상속분에 따른 분배만이 아니라 과거 장남이 의사가 되고 병원을 개업하기까지 아버지로부터 받은 각종 경제적 지원을 감안해 상속 재산을 다시 분배할 것을 요구했다.

    강호순·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장남은 선친의 유언을 무시하는 동생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반면 차남은 아버지로부터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던 형이 상속 재산까지 무리하게 욕심을 낸다고 반박했다. 딸은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균등한 분배를 주장했다. 치열한 법정 싸움이 이어졌고 법원은 3남매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재산을 나누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3남매는 재판을 거치면서 원수지간이 됐다.

    만일 A씨가 병원에서 혼자 유언장을 쓸 게 아니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택했다면 최소한 법정 다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공증인과 증인 2명의 참여하에 엄격한 절차에 따라 공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형식 잘못으로 유언장 효력 자체를 상실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병원으로 공증인과 증인을 불러 유언장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잘못 쓴 유언장으로 아버지의 뜻은 이뤄지지 못했고 자식 간의 분란만 불러온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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