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공연일정 잡아오라 시켰더니 전유성 왈 "보름달 때문에 실패했다"

  • 가수 윤형주

    입력 : 2011.09.02 03:32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9] 소심 전유성

    청도 철가방 극장 - 개그맨 전유성이 경북 청도에 만든 코미디 극장‘철가방’. 건물 외양이 철가방처럼 생긴 이 극장에서 그는 코미디 연극을 올린다.
    요즘 전유성경북 청도군에 내려가 있다. 거기서 '니가쏘다쩨'란 카페를 운영했고 최근엔 코미디 철가방 극장을 열었다.

    '니가쏘다쩨'는 2007년 전유성이 청도에 내려와 작은 교회 건물을 고쳐 꾸민 카페다. 3년 전 처음 카페를 찾았을 때 깜짝 놀랐다. 테이블 보엔 커피를 쏟은 그림과 함께 '니가쏘다쩨'란 카페 이름이 선명했다. 짬뽕과 파스타의 조합도 특이했고, 짬뽕을 시키면 그릇에 뚫린 구멍에 젓가락을 꽂아주는 것도 특이했다.

    철가방 극장은 정말 철가방을 닮았다. 반쯤 연 철가방에서 쏟아 내리는 간자장과 짬뽕, 젓가락과 고춧가루 통 등을 벽에 묘사했다. 크다. '전 세계에서 제일 큰 철가방'이다. 그러나 고작 객석은 40석이다. "20석만 차도 공연을 한다"고 했다. 역시, 욕심 없는 그를 닮은 공간이다.

    전유성은 돈 욕심이 없다. 돈이 있든 없든 적응을 잘한다.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만들고 본다. 수익 창출을 위한 계획은 그의 머리에 없다. 처음부터 그랬다. 가끔 돈을 달라 부탁할 때가 있었다. 왜냐고 물으면 뭘 살 게 있다고 답한다. "지금은 없으니 나중에 줄게"라고 말하면 이렇게 대꾸했다. "그럼 그냥 말지 뭐." 그러고 끝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사기 위해 돈을 벌거나 빌릴 텐데 전유성은 딱 접는다. 돈을 받으면 미안해했다. 트윈폴리오 활동 시절 "유성, 차비 없잖아"하고 돈을 건네면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아씨, 난 왜 이러지"하며 머리를 싸맸다.

    대신 주변에 사람이 많다. 요즘도 스승의 날이면 일군의 코미디언들이 청도에 있는 전유성을 찾는다. 2001년 그에게 배운 코미디 시장 1기들이다. 방송에서 활동 중인 신봉선, 박휘순, 안상태, 황현희, 김대범 등이 전유성에게 배웠다. 2010년에 다시 2기를 모집했다. 어찌어찌 이들을 먹이고 재우며 가르쳤다. 쌀을 보내주는 후원자도 있었다.

    철가방 극장도 그의 인덕으로 가능했다. 극장 의자엔 모두 이름이 붙여있다. 하나당 100만원씩 후원한 후원자들이다. 2009년엔 내가 도왔다. 농심 후루룩 국수 광고에 최양락과 함께 그를 모델 후보로 추천했다. 농심 광고 CM송을 거의 내가 하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추천대로 그들이 출연했고, 전유성은 그 돈을 코미디 극장 설립에 보탰다.

    제자들뿐 아니라 후배 중에도 그를 존경하는 이들이 많다. 심형래, 최양락, 임하룡, 남희석, 김형곤, 서세원, 최병서 등이 그렇다. 간혹 방송하다 보면 이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게 친근감을 보인다. 전유성이 틈틈이 나와 지낸 일을 이야기해줘서다.

    그런 전유성도 데뷔 처음엔 소심했다. 당시 코미디 유행과 어울리지도 않아 오래 무명 시절을 보냈다. 그는 말로 웃겼다. 시대를 앞서 나간 개그였다. 이해를 못해 사람들이 언제 웃어야 할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내가 "너무 많이 앞서 나가지 말고 딱 반걸음만 앞서 나가"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래서 재능에 비해 늦게 TV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숫기도 없었다. 내가 솔로 활동을 할 때 전유성을 부산에 보낸 적이 있다. 해운대 관광호텔 나이트클럽에 가서 공연 일정을 한 번 잡아보라고 시켰다. 다음날 그가 터덜터덜 돌아왔다. "보름달 때문에 실패했다"고.

    사연인즉 이랬다. 내려가니 나이트클럽 담당자들이 다들 창가에 몰려 보름달을 보고 있었다고 했다. 정월 대보름이었다. 그 옆에 다가가 "저 혹시 윤형주라는 가수가 있는데 써볼 생각이 없는지요"라고 물었더란다. 다들 반응이 시큰둥했다. 다시 한 번 묻자 담당자가 되물었다. "윤형주가 누구냐?" "트윈 폴리오요. 그 중 한 명이에요." "무슨 노래를 불렀는데?" 전유성은 그 자리에서 '하얀 손수건'을 불렀다. 반응이 없어 '두 개의 작은 별'도 불렀다. 필시 고개를 숙이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불렀을 것이다. 그는 음치다. 결국 노래를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당연히 설득이 될 리 없다. 그날 이후로 공연 일정 잡는 일을 시킨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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