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아프가니스탄 동부 국경지대에서 미군이 한 남자를 체포했다. 체포된 모하메드 나임 파루크는 그 지역에서 강도와 납치 등의 범죄를 저지르던 전형적인 아프간의 무법자였다. 미군은 그를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냈다. 그는 그곳에서 '수감자 633'으로 불렸다.
수용소의 미군들은 그에게 "오사마 빈 라덴을 아느냐"고 계속 물었고 고문도 했다. 파루크는 저항했다. "빈 라덴은 우리나라를 망가뜨리러 왔고 당신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빈 라덴은 무슬림이고 적어도 날 이런 식으로 모욕하진 않았다."
◆美 수용소가 극단주의자 양성
파루크는 알카에다나 탈레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풀려났다. 그는 수용소를 나오며 반미주의자가 됐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지대로 돌아간 후엔 탈레반에 동참했다. 파루크는 현재 미 국방정보국의 수배 명단에 올라 있다. 그는 9·11 테러 직후 시작된 미국의 광범위한 '테러와의 전쟁'에 반감을 품고 반미 반군으로 전향한 '네오 탈레반' 중 하나다.
관타나모에 수감됐던 사람 66명을 인터뷰한 미 시사지 맥클래치는 "관타나모는 이슬람 극단주의엔 전혀 관심이 없던 일반 범죄자들을 미국에 대한 강한 증오로 내몰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풀려난 후 극도로 과격한 반미주의자가 된다"고 전했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미 정부가 주장한 관타나모(쿠바), 아부그라이브(이라크) 등의 수용소가 오히려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양성했다는 것이다. 미 시사지 포린폴리시는 이런 방식으로 양성된 반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관타나모 동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파키스탄 정보 당국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다 풀려난 35명을 조사해 2005년 작성한 보고서는 "수용소에서 극단적인 정신적·육체적 고문을 당한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극도의 증오와 반발심을 품고 있다. 미국의 수용소들은 테러 용의자들을 전향시키는 대신 또 다른 '압둘라 메수드'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압둘라 메수드는 25개월 동안 관타나모에 수감됐다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후 5000명의 탈레반 반미 무장 조직을 이끈 이슬람 무장 반군(2008년 사망)이다. 전 아프간 내무장관인 타즈 모하메드 와르닥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던 일반 범죄자나 탈레반의 끄나풀들이 수용소에서 돌아온 후 지역에서 매우 무서운 존재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감자들, 순교자로 미화돼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풀려난 관타나모 수감자 중 13.5%가 테러 관련 조직이나 아프간 등의 이슬람 반군으로 돌아갔다. 2009년 3월 조사 때의 비율(5.1%)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방부는 "수감자들이 애초부터 위협적인 존재였다"는 뜻으로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CNN의 국가안보 애널리스트 피터 베르겐은 "전 수감자 중 상당수는 석방 후 반미 메시지를 설파했다는 이유로 테러 용의자로 분류됐다. 미군 수용소에 수년간 갇혀 있던 이들이 과격한 반미주의자로 돌변하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미군 수용소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양성하거나 모집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슬람 무장 단체에서 활동하던 수감자들이 미군에 의한 심문과 고문으로 반발심이 극대화된 '억울한 수감자'들에 접근해 신규 멤버를 모집하면 쉽게 넘어온다는 것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대테러 자문관 로라 피터는 "미국의 강경한 대테러 정책이 테러의 위험을 오히려 높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들은 미국 수용소 수감자들을 순교자로 미화해 성전(聖戰)을 촉구하는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