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퇴장도 감수하려 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지난 30일 광주 KIA전에 앞서 절친한 조범현 감독의 방을 찾았다. 같은 대구출신인데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감독과 투수코치로 호흡을 맞춘터라 경기가 있을 적마다 따로 만난다. 그는 잔여경기 일정과 순위경쟁을 화제삼아 담소를 나누고 자리를 뜨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했다.
이같은 말을 하는 이유는 잔여경기 일정에서 넥센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넥센은 SK와 6경기, 삼성과 5경기, 롯데와 2경기, LG와 3경기를 남겨놓았다. KIA와는 이날이 마지막 경기였다.
김시진 감독이 팀을 맡은 2009년 이후 넥센은 매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신 하위권에서 잔여경기 일정만 되면 주목을 받았다. 경기결과에 따라 고춧가루 부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밀어주는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어야 했다. 하위팀이 겪는 억울함이었다.
그의 맹세는 사실이었다. KIA를 상대로 7명의 투수들을 총투입했고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는 혈전을 벌인 끝에 8-7로 승리했다. 특히 경기 도중 주심과 날선 입씨름을 벌일 정도로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퇴장을 각오하고 나갔다. (이광근) 수석코치가 막지 않았다면 퇴장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집념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넥센은 최근 11경기에서 8승3패의 호조를 띠고 있다. 승률 4할을 넘겼고 1,5경기차로 접근했다. 공포의 꼴찌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LG가 3연패를 당했고 KIA 역시 1승3패로 밀렸다. 이제는 더 이상 가을잔치의 보조자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넥센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감독님의 의지에는 팬들이 많은 특정팀들과 경기를 하면 알게 모르게 하위팀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억울함도 깔려 있다"고 귀뜸하고 있다.
이날 경기후 김 감독은 "넥센이 어느 특정팀을 봐준다는 소리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모든 팀을 상대로 오늘 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전 "삼성에게 올해 너무 많이 졌다. 이제는 우리가 이겨야할 차례다"며 화살을 친정팀 삼성에게 겨누었다. 강렬한 눈빛을 발하는 김시진의 뜨거운 맹세가 거짓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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