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 지지율이 치솟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차기 총리가 29일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자신은 인기가 없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연설로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실제 노다 차기 총리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국민이 많을 정도로 지명도가 낮은 정치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다의 지지율은 4%였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의 지지율 40%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 등 외국 언론들은 대중적 인기도와 당내 지지도가 모두 낮은 총리가 전후 최대 위기에 처한 일본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FT는 "국민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지만 정치는 그것을 무시했다"고 했고, 가디언은 "일본이 국력을 결집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찾지 못하는 것은 수수께끼"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선 언론도 국민도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인기 없는 총리가 오히려 유리
민주당 의원들이 노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인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인기가 없으니 총리가 독주하는 정국운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마에하라 전 외상은 총리가 될 경우 높은 대중적 인기를 배경으로 국정운영을 독점하거나 정계개편을 주도해 총선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밝혔다. 최대 파벌의 지지를 받은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산업상이 탈락한 것도 오자와파가 당직을 독점할 것을 우려한 다른 파벌들의 견제심리 때문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총리를 뽑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무관심도 큰 요인이다. 지난 5년간 6번이나 총리가 바뀔 정도로 총리가 자주 교체되다 보니 국민들이 총리 교체 자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간사장에 오자와 측근 중용
실제 노다 차기 총리의 취임 일성은 "민주당 내에 사이드(소외자)를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당 화합과 탕평 인사를 명분으로 당 요직과 각료직을 각 계파에 배분하고 있다. 노다 차기 총리는 30일 민주당 간사장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최측근인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참의원 의원회장을 내정했다. 민주당 간사장은 정권의 2인자로 여당의 자금과 조직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또 당 요직 중 하나인 국회대책위원장에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측근인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전 관방장관을, 정책조사회장에는 반오자와 그룹인 마에하라 전 외상을 각각 내정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전 총리는 노다 차기 총리의 경쟁자인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을 지원했다. 노다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상을 내각에서 중용하는 등 각 계파별로 당 요직과 각료직을 배분할 방침이다. 노다는 내달 2일 조각을 완료하고 일왕의 임명장을 받아 공식적인 총리 업무에 들어간다.
◆출발부터 한계 지녀
당내외의 지지세력이 약한 노다 차기 총리 입장에서 당의 핵심요직을 경쟁 파벌에 안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향후 정책을 펴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노다는 증세 및 무상복지 축소론을 주장하지만, 오자와파는 무상복지 공약 준수 및 증세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노다와 마에하라 정책조사회장은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가노 농림수산상은 반대한다. 간나오토 총리는 자신과 색깔을 같이하는 정치인들로 내각과 당요직을 채우고도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해 좌초했다. 그런데 노다 차기 총리는 '백인백색 정권'이라는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서 정권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