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1시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 전날 법원이 해군기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기지 반대측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간이 천막에는 '생명평화 미사'가 열렸다.
미사는 지난 25일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난 문정현 신부와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성당을 이끌었던 이강서 신부가 집전했다. 서귀포경찰서 소속 한 경찰은 "미사 참석자들은 고권일 강정마을반대대책위원장 등 한두 명을 빼고 대부분 외부에서 온 반대단체 회원들"이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 신부들은 공사장 입구에 공사 차량 출입을 막을 목적으로 설치한 2평(6.6㎡) 남짓한 천막 안을 지켰다.
마을에 머물던 해군기지 반대단체 회원들이 기지 공사장 쪽으로 접근하면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이들이 공사장 입구를 지키던 전경 10여명과 경찰 10여명에게 항의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실랑이가 계속되자 이강서 신부가 만류에 나섰고, 흥분된 반대단체 회원도 간신히 진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반대세력 사이에 불안감이 커져 공연히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기지 공사 재개가 임박하자 반대세력들 불법 가건물로 도로를 통째로 막았다. 경계도 한결 삼엄해졌다.
공사장 입구에서 올레 7코스를 따라 중덕 해안가로 들어가는 중덕삼거리에는 천막과 컨테이너 박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한낮인데도 인적이 드물어 '폭풍전야' 긴장감이 흘렀다. 기자가 접근하자 길 한복판에 쳐놓은 천막 안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뛰쳐나왔다. 이 여성은 "뭐 하러 왔느냐?"고 거칠게 물은 뒤, "경찰력 투입에 대비해 첩자를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덕삼거리 한쪽에 쳐놓은 천막에 있는 감시조도 기자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삼거리에서 해안가로 들어가는 길 한복판에 쳐놓은 천막 안에는 '끝장 투쟁'의 의미로 온몸에 쇠사슬을 감은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현애자 위원장 등 4명이 다가올 경찰력 투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천막 옆에는 농성자들의 숙식 장소로 보이는 컨테이너 2개가 눈에 띄었다. 해안가로 들어가는 농로 20여m 구간에는 개인용 텐트 6개가 설치돼 있고, 그 사이에 미니버스와 승합차 2대가 벽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경찰력 투입에 맞설 방어물인 셈이다.
이처럼 반대세력들은 중덕삼거리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고 35일째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반대세력들은 이곳에 해군측이 공사 펜스를 설치할 경우 공사장 안과 밖이 완전히 차단돼 공사 진행을 더 이상 몸으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덕삼거리를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불법시설물을 도로에 가득 채워넣은 것이다.
경찰과 해군측은 접근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자들이 경찰 쪽으로 몰려와 각종 욕설로 모욕하면서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야간시간대에는 15~20여명만 남아 중덕삼거리를 지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해군측이 움직임을 보이면 마을회관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이내 시위대는 100여명으로 순식간에 불어난다고 밝혔다.
49만㎡ 규모에 이르는 해군기지 사업부지는 겨우 20여명에 불과한 반대세력이 지배하고 있었다.
해군은 이날 공사장 입구 바깥쪽에 방어막 10개를 설치했지만 중덕삼거리에 공사 펜스를 설치하기 위한 공사는 본격적으로 재개하지 않았다.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가능한 한 빨리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엔 반대 세력 시위대 1000여명이 소위 '평화비행기' 등을 이용해 이곳 강정마을로 몰려올 예정이다. 30일의 강정마을은 고요했지만 긴장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