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지역에서 가동되고 있는 서울시의 하수·분뇨처리장 등 '기피시설' 문제의 해법이 또다른 변수를 만났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고양시와 서울시의 실무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마당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양측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고 서로 납득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공식논의는 중단돼

고양시와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 실무 협의를 가졌다. 고양시가 작년부터 악취·소음과 부동산 가치 하락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을 앞세워 강경 투쟁에 나선 결과였다. 민주당 소속 최성 시장은 작년 7월 취임 이후 서울시가 서울시립승화원, 난지물재생센터 등 고양시 관내의 기피시설에 대해 눈감고 있다며 적극 대응을 천명했다. 특히 올 들어 위법 사항을 고발하고, 불법 시설물의 행정대집행을 통보하며 압박했다.

그 결과 권영규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조병석 고양부시장이 관장하는 태스크포스 팀이 만들어졌다. 양측은 시설 개선과 주민 피해 보상 등의 쟁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5월 중순 갑자기 논의가 중단됐다. 한나라당 소속 손범규(덕양갑)·김태원(덕양을) 의원이 기피시설 지원 방안을 오세훈 시장과 합의했다고 공표한 것이 빌미가 됐다. 서울시립승화원의 현대화·지하화, 난지물재생센터 현대화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이에 고양시는 '협상창구 단일화', '정치권 개입 배제', '협상 내용 비공개' 등의 원칙을 깨고 이중 플레이를 했다며 서울시에 진위 여부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2개의 태스크 포스 팀을 운영해오면서 국회의원들과 포괄적 합의를 이뤘다"고 확인하자 고양시측은 반발해 협상 테이블에서 철수했다. 오 시장의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에 있는 서울시의 난지물재생센터 하수처리장. 1987년 설치돼 하루 100만t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장 사퇴 변수

더구나 서울시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국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피시설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고양시 지역에서는 협상의 진행 내용과 중단 이유에 대한 의문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최 시장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사이의 알력도 어김없이 거론된다. 특히 최근 오 시장이 사퇴하자, 원점으로 돌아가서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11일 "시장 사퇴가 거론되는 만큼 앞으로 기피시설 문제를 어떻게 논의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최 시장은 서울시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 실·국장 회의에 참석해 "오 시장의 진퇴와 무관하게 김문수 지사와 경기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또 앞으로 강도높은 대응과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책기조는 바뀌지 않았고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수용 기획담당관은 "보궐선거와 무관하게 앞으로 양쪽이 일정을 잡아 다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둔데다 고양시 국회의원들의 발표를 기준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접점이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고위간부는 "5월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 이상은 해줄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