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9일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에 공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공사 재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25일 공사업무 방해혐의로 구속된 강동균 마을회장을 포함해 주민과 반대단체회원 등 37명에게 공사현장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반대 집회와 시위에 나서면서 공사를 방해했던 적극 가담자들이다.

강정마을회를 비롯해 생명평화결사, 사단법인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단법인 개척자들 등 5개 단체와 이들 회원에 대해서도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원이 반대단체와 회원까지 포함시킨 것은 이들 단체가 실력으로 공사를 저지하도록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참을 촉구하고 있는 것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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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또 위반행위를 저지를 때마다 200만원씩 해군 측에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도 내려, 불법행위에 대한 판결의 실효성을 높였다.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법원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고, 금전적인 책임이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 될 것"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법원은 해군기지 사업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를 방해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행관이 30일쯤 법원 결정을 공시하면 해군 측은 언제든지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 반대단체회원들이 점거해 쇠사슬을 몸에 감고 농성 중인 중덕 삼거리에도 공사 펜스를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해군은 법원의 결정을 사실상 공사 재개 명령으로 받아들이면서 재개 시기와 중덕 해안에 설치된 천막 등 불법시설물 철거 절차에 대해 정부와 경찰, 제주도 등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이날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등 해군기지 반대 측이 이미 신고한 집회를 금지하며 차단에 나섰다. 서귀포경찰서는 강정마을회가 31일부터 9월 15일까지 강정마을 일대 8곳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다음 달 7일까지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열기로 한 집회를 모두 금지하는 내용의 서면통고서를 주최 측에 보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경찰이 집회 금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반대세력의 움직임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다음 달 4일까지 '집중 방문기간'으로 정해 준비했던 콘서트 같은 문화행사 등 반대세력 측의 연대 움직임이 축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3일 전세기를 띄운다는 '평화비행기'와 '평화버스' 행사는 무리하게 추진되더라도 공사 현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세력 측은 이날 법원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반대 투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는 "가처분 결정에 개의치 않고 더욱더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