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초노령연금… 또 하나의 복지 논쟁

조선일보
  • 정철환 기자
    입력 2011.08.27 03:04

    정치권·정부 연금특위서 격론
    축소하자는 정부, 수급액 올리고 수급자 줄이자… 축소 반대하는 한나라당, 수급액 늘리되 수급자 유지
    확대하자는 민주당, 수급액·수급자 모두 늘려야… 17년 후엔 어느쪽이든 세금 22조~36조원 필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어떻게 고칠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노인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초노령연금에 따른 정부 재정 부담은 조만간 수십조원에 이를 전망이어서 기초노령연금 개편은 무상급식에 이은 또 하나의 복지 논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행법대로 하면 2028년 26조원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 376만명은 월평균 9만1200원씩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액수가 너무 적어 '용돈'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노인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노인의 70%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국회는 연금제도개선특위(연금특위)를 구성해 기초노령연금의 제도 개선안을 논의 중이다.

    청와대보건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를 줄이면서 대신 1인당 수급액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급 대상을 다소 줄여 실질적인 생활에 도움을 주는 액수로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월소득 하위 70%'인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기준을 '월소득이 최저생계비 140% 혹은 150% 이하'로 변경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현행법(기초노령연금법)은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5%(9만1200원)인 기초노령연금액을 2028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올해 3조8000억원인 소요 예산이 2028년 26조원으로 7배 늘어나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안대로 하면 수급자는 매년 조금씩 줄어 2018년에는 전체 노인의 64%, 2028년에는 56~57%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수급액을 인상할 수 있는 재원이 확보된다"고 했다.

    정치권은 수급자 축소 반대

    반면 노인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은 수급액 확대에 동의하면서도 수급자 축소는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수급액은 반드시 늘리되, 수급자 축소는 곤란하다"는 쪽이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상당한 수준의 연금액 인상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받던 사람들은 그대로 받도록 하면서, 앞으로 새로 받게 될 '예비 노인'들에 대해서는 수급 대상을 줄이자는 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이미 기초노령연금을 받던 노인들의 '기득권'은 뺏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수급자와 수급액을 모두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연금액은 법에 따라 당연히 인상해야 하고, 수급자 범위도 '소득하위 70%'에서 '소득 하위 80%'로 10%포인트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악인 데다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노인 인구의 26%에 불과해 기초노령연금의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하겠다는 정치권의 안과 재정 부담 때문에 축소하겠다는 정부안이 대립하고 있는 셈이다. 연금특위는 아무런 결론도 못 낸 채 다음 달에도 계속 협의하자는 데만 합의했다.

    정부안이든, 정치권안이든 국민 세금 부담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안대로 고치더라도 수급 대상은 2028년에 전체 노인의 56~57%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노인 수가 늘면서 재정 부담은 현재의 5.8배인 22조원에 이른다. 민주당 안대로 하면 36조원 정도(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55조원)가 된다. 한나라당의 안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어 추정이 불가능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했던 스웨덴·노르웨이는 과중한 재정 부담 때문에 각각 1999년과 2011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면서 "기초노령연금의 확대 개편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가입을 못 했거나 가입 기간이 짧아 그 혜택이 충분치 못한 만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2008년부터 시작된 복지 제도. 우리나라 전체 노인의 소득수준을 1등부터 맨 하위까지 순위를 매겼을 때 하위 70% (376만명)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월평균 9만12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노인의 소득을 산정할 때 주택 등 모든 재산이 포함된다. 자녀가 주는 용돈, 자녀 명의의 부동산 소득 등은 소득 산정 대상에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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