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의 정치] "주민투표법 만들 때부터 거수투표 우려"

입력 2011.08.26 03:08

盧정부 시절 법 제정 주도한 김병준 前 청와대 정책실장
"33.3% 돼야 개표한다는 건 투표율 낮은 우리 현실서 유권자의 뜻 반영 어려워"

2004년 1월 '33.3% 개함(開函) 요건'이 포함된 현재의 주민투표법 제정을 주도한 사람은 당시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위원장이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교수는 25일 "33.3% 개함 요건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제정 당시부터 고심했던 부분"이라며 "33.3%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정치 게임을 이대로 둬서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화에서 "투표율이 낮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33.3%는 유권자들의 뜻이 아니라 투표율 자체로 승부가 결정 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율 싸움으로 가면) 투표의 비밀성이 훼손돼 일종의 기립투표 또는 거수투표가 되는 셈"이라며 "교회나 사찰을 비롯한 종교 조직과 직장 등의 분위기로부터 개인이 자유롭기가 쉽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경우는 그나마 익명성이 높은 서울이라 폐혜가 적었지 농촌이나 소규모 지방정부였다면 문제가 심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반대하는 안을 지지하게 되는 모순도 생긴다"며 2005년 7월 치러진 제주도 행정개편 주민투표를 예로 들었다. 당시 제주지사가 제안한 개편안에 대해 반대 쪽은 불참 운동을 벌였으나 투표율이 36.7%가 나와 도지사가 이겼다. 그런데 개표 결과 의외로 도지사안 지지율이 57%에 불과했다. 나머지 43%는 자기가 반대하는 안을 통과시켜준 결과가 되어버렸다. 불참 운동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법 제정 당시 개함 요건을 25%로 할지, 33.3%로 할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초기 단계인 만큼 남용 방지를 위해 허들(hurdle·장애물)을 높이는 게 좋다는 쪽으로 결론 났다"며 "총선이나 대선 등 투표율을 확보하기 쉬운 선거와 함께 주민투표를 하는 등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앞으로 어떤 주민투표에서도 반대 쪽이 거부 운동을 벌이면 33.3%를 채우는 게 불가능하다"며 "20% 정도로 낮추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대 장훈 교수는 "허들을 갑자기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민투표를 너무 자주 하면 주민투표가 갈등을 조정할 능력 자체를 잃어버린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대의기관이 정한 것을 뒤집으려면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고 33.3%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