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투표 무효] 홍준표·임태희 "10월 사퇴"… 오세훈은 "당장 사퇴"

입력 2011.08.25 03:02 | 수정 2011.08.25 04:59

[4인 어젯밤 긴급 회동]
10월 사퇴면 내년 4월 보선 - 홍준표·서울 지역 의원들
"10월 보선 치르면 불리"… 청와대도 레임덕 우려
9월 사퇴면 10월 보선 - "25.7%면 해볼만 하다"
조기 사퇴론도 만만찮아… 대행체제 장기화도 부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오전 투표를 마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참배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職)까지 걸고 주민투표를 독려했으나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투표 성립요건(투표율 33.3%)에 못미치는 25.7%에 그쳐 사실상 패배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오전 투표를 마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참배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職)까지 걸고 주민투표를 독려했으나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투표 성립요건(투표율 33.3%)에 못미치는 25.7%에 그쳐 사실상 패배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밤 당·청(黨·靑) 4인회동에서 "서울시장직(職) 사퇴시기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오 시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효 처리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날 밤 홍 대표와 임 실장은 10월 8일 국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가 끝난 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 반면, 오 시장은 "금명간, 늦어도 9월 중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24일 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당·청은 "보궐선거는 내년 4월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 시장의 사퇴시기에 따라 결정된다. 오 시장이 9월 말까지 사퇴하면 올 10월 26일, 10월 이후 사퇴하면 내년 4·11 총선과 함께 치러지게 된다.

이를 놓고 홍준표 대표와 청와대는 "사퇴시점을 10월 이후로 조정해 내년 4월에 보궐선거를 치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곧바로 10월에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고 내년 총선·대선의 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7월 출범한 '홍준표 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 일부 의원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초선의원은 "10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큰 판이 벌어진다면 야권 연대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선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승부를 미루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중앙당과 청와대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은 오 시장도 이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주말 "투표 결과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사퇴하더라도 10월 이후에 하라"는 홍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고위 인사는 "오 시장이 아름다운 퇴임을 할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 9월 국정감사를 통해 평가를 받은 뒤 (10월에)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9월 19일 시작돼 10월 8일 종료된다. 때문에 "오 시장의 사퇴시점은 10월 8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조기 사퇴론도 만만치 않아

이런 가운데 '조기 사퇴론'도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중진 의원은 "이번 주민투표 투표율이 25.7%라면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여세를 몰아 10월 보궐선거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투표함이 개봉되지 못한 데 대해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 최고위원들도 이에 "동감한다"고 했다. 또 오 시장이 조만간 사퇴하면 서울시장 공백 기간이 한달여밖에 안되지만, 10월 이후에 사퇴하면 내년 4월까지 6개월이나 '시장 대행 체제'로 꾸려진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나라당 한 핵심 인사는 "행정 부시장이 직무대행을 하면 사실상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 의회가 시정(市政)을 이끌게 돼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적지(敵地)나 다름없는 조건에서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내년 총선·대선에 영향

청와대와 여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기에 이처럼 신경을 쓰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서울을 야당에 뺏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 유권자는 전국 유권자의 21%를 차지한다. 한나라당은 2002년 이후 줄곧 서울시장직을 지켜왔고, 한나라당이 2007년 정권교체를 이룬 기반도 수도 서울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내 25개 구청장 중 21개를 야당에 내줬다. 그에 이어 만일 서울시장마저 야당에 넘어가면 한나라당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10월 보선 결과 서울시장을 민주당에 내주는 것은 정권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선뜻 결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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