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중 1명이 빈곤층… 노인 삶 OECD 중 최악

조선일보
  • 정철환 기자
    입력 2011.08.23 03:01

    노인 자살·빈곤율 주요국 1위… 10만명 중 160명 꼴로 자살
    폭력·유기 등 노인 학대 5년새 50% 이상 늘어

    서울 관악구의 김모(74) 할머니는 지하 단칸방에서 한 달 30여만원의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 딸(49)이 하나 있지만 지금은 서로 상처만 주고받는 사이다. 한때는 집이 두 채나 있었지만 사위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은행과 사채업자에게 넘어갔다. 얼마 안 남은 재산마저 "죽어서 그 돈 싸 짊어지고 갈 거냐"는 딸과 사위의 구박에 못 이겨 모두 내주고 말았다. 아끼던 외손자(22)가 군 입대를 하자 김씨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 시도까지 했다.

    '노인 공경의 나라'였던 한국이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노인들이 가장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노인과 관련된 삶의 지표들이 주요 국가 중 최악이다. 노인 인구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 상태에 빠져 있고, 노인 3~5명 중 한 명은 자녀와 주변인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절망에 빠진 75세 이상 노인들이 10만명 중 160명꼴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노인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노인문제는 백화점식 노인 복지정책과 예산 확대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재정립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후 대책 없이 노년기를 맞이한 한국의 노인들은 쉽게 가난의 늪으로 빠져든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미만에 속하는 노인의 비율)은 45%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일본(22%)·그리스(23%)·미국(24%)의 두 배에 달하고, 한국에 이어 노인 빈곤율 2위인 아일랜드(31%)보다 14%포인트나 높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세대로 존경받기는커녕 홀대를 넘어서 학대를 받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연간 2038건이던 노인 학대 신고건수는 2010년 3068건으로 5년 새 50% 이상 증가했다. 학대 상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아 2005년 1만3836건에서 2010년 4만7988건으로 3.5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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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학대는 신체적 폭력, 언어폭력, 부양 포기, 유기(遺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국가인권위 조사에선 노인 세 명 중 한 명 이상(37.8%)이, 올해 초 연구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19.7%)꼴로 학대를 받고 있다고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캐나다·영국(5~10%)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신적·물질적으로 한계 상황에 몰린 우리나라 7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60.4명으로 OECD 평균의 8배가 넘고, 65~74세 사이 노인의 경우에도 10만명당 81.8명으로 OECD 최고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최고(10만명당 24.7명)로 나오는 것도 노인 자살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930~1950년 사이에 태어난 지금의 노인 세대들은 자녀로부터도, 국가로부터도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한 세대"라고 지적했다. 전통적 효의 개념은 무너졌는데 노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키워드] 노인 빈곤율노인 학대노후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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