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김진수(12·서울 강서구)군은 늘 혼자다.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와 놀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됐다. 특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방학 때는 그나마 학교에서 만나는 반 친구들과도 연락을 안 하고 지낸다. 놀고 싶을 때는 친구들에게 연락하기보단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와도 의무적으로 대화할 뿐 마음 터놓고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며칠 동안 친구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안 하고 지내는 일도 흔해졌다.

요즘 들어 다른 사람들과 접촉 없이 혼자 공부하고 생활하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른바 나홀로족 아이들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감소에 따라 형제 없이 외동으로 자란 경우가 많고, 외부적으로는 학업성적이 점점 중요해짐에 따라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보다 공부하느라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으면 이후 성인이 됐을 때 사회성 부족으로 정서적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날 위험이 크다. 우리 자녀가 연령에 따라 적합한 사회성을 기르게 하려면 부모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사회성 부족한 우리 아이, 해결책과 대비법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요즘 '혼자'에 익숙한 아이들이 많아졌다.

◆미취학기, 단짝에서 또래 모임으로 확대시켜야

전문가들은 4~6세 사회성 발달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선 부모는 아이가 감정적으로 안정을 느끼도록 사랑으로 감싸줘야 한다. 부모와의 사이에서 경험한 긍정적 애착심은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형성하도록 도와준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준다. 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 신철희 소장은 "이 시기에는 자녀와 자주 스킨십을 나누고 칭찬, 격려 등을 해주며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짝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향이 잘 맞는 아이를 친구로 맺어줘 친구와의 교류가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단짝 친구와 노는 것에 흥미를 느끼면 점차 또래 아이들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단짝 친구 이 외에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과 만나고 싶어한다. 신 소장은 "주위 엄마들과 모임을 맺어 파자마 파티, 생일 파티를 열고 체험활동 등을 같이 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는 것을 즐기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집, 친구네집, 놀이터 등 다양한 장소에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도록 해준다. 신 소장은 "워킹맘들이 무턱대고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치원이나 학원, 어린이집 등 기관에 맡기려는 경우가 많은데,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많은 친구들과 만나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위험이 크다. 어릴 때 또래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하면 평생 상처로 남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시기,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를 늘려라

'인맥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를 지은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 소장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들에게 납득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밥상머리, 책상머리에서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양 소장은 "인간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다룬 책을 읽어보거나 유익한 글귀나 사례를 들려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점차 늘리는 것도 추천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심부름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신 소장은 "음식 주문이나 동네 어른들에게 안부전화를 걸어보게 하는 등 심부름을 시켜본다. 차례를 양보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등 대인관계에서 필요한 예절을 연습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용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교류협력부 부장은 오프라인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당부한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여러 사람과 얼굴 맞대고 살을 비비며 함께 추억을 쌓으면 점차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걸스카우트 등 다양한 기관에 소속돼 활동하거나 캠프,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방학 중에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유료로 진행되는 행사가 부담스럽다면 정부기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무료 캠프를 참고해본다. 김 부장은 "다양한 기관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참가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용기를 내 도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멘토, 선후배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고민을 나누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