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사립 S대 1학년 김모(19)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 컴퓨터 앞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2학기 수강신청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은 단 몇분만에 마감되기 때문에 2시간 전부터 대기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10시가 되자 로그인 자체가 되지 않았다.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접속해 사이트가 다운된 것이다. 10여분쯤 후, 김씨가 로그인에 성공했을 땐 이미 1학년 전공필수 과목마저 마감된 후였다. 취업을 앞둔 고학년들이 '학점세탁'을 위해 재수강을 많이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고학년 학생들이 학점을 올리기 위해 비교적 손쉽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저학년 과목을 '공략'하거나, 과거 낮은 성적을 받은 과목을 재수강해 '학점 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저학년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는데, 어떻게 전공 필수과목 수강 신청조차 못 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꼭 수강해야 하는 과목을 신청 못 했다"고 울먹이는 학생들까지 있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교내 게시판에 "○○과목 팝니다" "○○과목 삽니다"라는 글을 올려 과목을 사고팔거나,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007작전' 못지않은 전략을 짜기도 한다. K사립대 1학년 박모(20)씨는 전공과목을 하나밖에 신청 못 해 여유 있게 신청한 친구에게 "하나만 달라"고 애걸복걸해 겨우 허락을 받아냈다. 둘은 PC방에 나란히 앉아 동시에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해 친구가 해당 과목 수강신청 취소 버튼을 누르자마자, 박씨가 수강신청 버튼을 클릭해 겨우 성공했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고학년 학생들에게 저학년 과목 신청을 자제하라고 호소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며 "필요한 경우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강의 인원을 늘리거나 추가로 강좌를 개설하지만, 가르칠 인력은 정해져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