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IT산업, 생존 위해 하드웨어 체질부터 바꿔야

조선일보
입력 2011.08.16 23:34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부문(모토로라 모빌리티)을 인수했다. 구글은 지금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휴대용 기기를 작동시키는 기본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해 전 세계 제조업체에 무료로 제공해 왔다. 그러던 구글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울타리를 벗어나 직접 하드웨어 시장에까지 뛰어든 것이다. 모토로라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8위로 밀려 있지만, 1973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휴대전화를 내놓은 전통 있는 기업으로 1만7000여건에 이르는 무선통신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이 18%, 구글 진영(陣營)의 안드로이드폰이 48%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핀란드 노키아가 나머지 시장에서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도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운영체제 개발과 제조기술을 모두 갖고 있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3강(强)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구글은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모토로라와 다른 메이커들을 차별하지 않겠다"며 이번 인수가 안드로이드 진영을 보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오로지 하드웨어 기술에만 의존해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양날개를 갖춘 미국 3대 업체들이 싸우는 틈새에 끼여 설 자리가 줄어들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은 그동안 하드웨어 기술이 없는 구글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善戰)해 왔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이어 스마트폰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우리나라 휴대전화 수출액은 17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이제 구글이 모토로라를 사들여 하드웨어 생산 기반을 확보함에 따라 국내 제조업체들은 생존을 위해서도 독자적인 운영체제 개발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가 절실해졌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두에 나서려면 제조업체 특유 체질인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기업 내 의사소통 체계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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