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YS 대선자금 3000억원 건넸다"

조선일보
  • 권대열 기자
    입력 2011.08.10 03:03 | 수정 2011.08.10 03:15

    노태우 前대통령 회고록 내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당선됐던 1987년 대선에서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지원한 1400억원과 당에서 모은 5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선거자금을 썼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과 북방 외교 등 6공화국 비화를 담은 '노태우 회고록' 상·하권을 조선뉴스프레스를 통해 9일 출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에 대해 "1995년 11월 수감 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이후 그동안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이니만큼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썼다.

    그는 "김영삼 총재는 1992년 5월 민자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나에게 (대선에서) '적어도 4000억~5000억원은 들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며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김 총재에게 소개시켜주고 이들을 통해 2000억원을, 그 뒤 대선 막판에 김 후보측의 긴급 지원 요청에 따라 직접 1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퇴임 후에도 갖고 있었던 것에 대해 "김영삼 당선자가 청와대에 오려 하지 않는 등 후임자에게 자금을 전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YS 당선자 위해 청와대 금고에 100억 이상 남겨둬"

    만나는 기업인들마다 봉투, 경호실장 맡겨 통치자금으로
    YS가 대선 막바지 SOS땐 한번에 1000억원 보내줘
    DJ 정치자금은 언급 안해

    노태우 전 대통령은 9일 발간한 회고록에서 "내 재임 시까지 여당 정치자금 대부분은 대기업들로부터 충당해왔다"며 "5·6공화국 시절 정치자금 창구는 청와대로 단일화돼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로 정치자금 창구 단일화

    노 전 대통령은 "5공화국 시절 민정당 대표로 있을 때 당 운영비는 사무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수령해서 집행했다"며 "내가 국정을 책임진 후에도 이런 관례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올림픽 이후 기업인들 면담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면담이 끝날 때쯤 그들은 '통치 자금에 써달라'며 봉투를 내놓곤 했고 기업인이 자리를 뜨면 바로 이현우 경호실장을 불러서 봉투를 넘겨줬다"며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일들이 필요한가' 하고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지만 취임하고 보니 살펴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아들 재헌씨가 지켜 보는 가운데 사위 최태원 SK 회장과 바둑을 두고 있다. /조선뉴스프레스 제공

    ◆청와대 금고 논란

    노 전 대통령은 "민자당 후보가 된 김영삼 총재는 '(대선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텐데 저로서는 그 많은 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통령께서 알아서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나 전임자와는 달리 (나는) 후임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전과는 (기업들) 태도가 판이했다"며 "선거자금을 김 총재 쪽에서 직접 조성하고 나는 뒤에서 돕기(금진호 전 상공부장관과 이원조 의원에게 도와주라고 지시)로 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막바지에 김 총재로부터 자금이 모자란다는 SOS를 받고 금진호 장관을 통해 한 번에 1000억원을 보내주었다"면서 "김 총재는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고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대통령에 취임해 보니 청와대 집무실 옆방에 큰 금고가 있었다. 하도 커서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분해해서 철거했다"고 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비밀 서류나 자료 등을 보관하기 위해 과거부터 있던 금고였다"며 "1993년 2월 25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 그 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넣어두게 했다"고 밝혔다.

    1996년 12·12 및 5·18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먼저 피고인석에 와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비자금을 보유한 이유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 당시 본인이 관리하고 있던 총액이 "이자를 제외하면 현금 1218억원, 기업주에 대여한 채권 1539억원으로 원금만 2757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모두 사용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큰돈이 남아 깜짝 놀랐다. 그런데 김영삼 당선자가 청와대에 오지 않아 자금을 전해줄 수가 없었다"며 "새 정부가 6공 사람들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잡아들이는 상황이라 통치 자금 문제는 상의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모은 돈은 훗날 유용하게 쓰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과 실망감을 안겨준 데 대하여 자괴할 따름"이라며 "이런 일로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이 법정에 서는 일은 내가 마지막이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감옥에 보낸 김영삼 전 대통령과 관련된 비자금은 상세히 기술한 반면 1997년 대선 당시 문제가 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준 '20억+α' 부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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