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선언 내가 결단… 전두환은 망설여"

입력 2011.08.10 03:03 | 수정 2011.08.10 10:25

집권 직전·재임 시절 비화
전두환, 임기후반 내각제 추진… 김우중 회장, 92년 대선 꿈꿔 비밀리에 만나서 포기시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87년 6·29 선언이 자신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직선제 개헌 시위가 피크에 이르렀던 87년 6월 10일 당일 직선제 개헌 수용을 결심했다"면서 직선제 개헌 및 김대중씨 사면복권을 핵심으로 하는 선언문 기초작업에 들어간 게 18일이었다고 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전두환 전 대통령은 24일에야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여도 이기지 않겠느냐"고 했고, "왔다갔다 하는 전 대통령 생각을 굳혀놓기 위해 '어렵지 않겠습니까?"라고 반어법을 쓴 게 나중에 자신이 직선제에 반대한 것으로 오해를 사게 됐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전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단임으로 물러난다는 생각이었으나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달라졌다고 했다. "대통령은 그만두되 물러난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면서 1986년 3월부터 내각제 개헌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86년과 87년에 걸쳐 여러 차례 계엄령 선포 및 국회해산을 실제 지시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86년 9월 "헌법과 국회를 살려두고 계엄을 할지 연구하라"고 지시했고, 11월에는 계엄령 발령 날짜까지 장세동 안기부장에게 통보했고, 6·29 직전인 87년 6월 20일을 기해 부산지역에 위수령 발동을 군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9년 6월 서경원 의원 비밀방북 사건 때 당국 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총재가 여비를 지원하고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김 총재를 사법처리하면 정국이 경색될 가능성이 커 확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3월 롯데 신격호 회장이 찾아와 잠실 롯데월드를 100층으로 지으려 하는데 못 짓게 한다면서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고 했다. 신 회장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이지만 다음 정권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88올림픽 안전을 위해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통해서 북한이 위험한 게임을 벌이지 못하도록 견제해줄 것을 부탁했고, 소련이 "북한은 도발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줬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또 88올림픽 개최 전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회장인 멕시코의 마리오 바스케스 라냐가 올림픽에 북한을 참가시키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가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공개했다. 라냐는 "김일성이 격앙된 목소리로 제국주의 앞잡이인 한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에 출마하려 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비밀리에 만나 "정치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머리에서 지우라"고 했으며, 김 회장이 결국 포기했다고 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좌)·노태우 전 대통령/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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