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중심가·버밍엄(제2의 도시)·리버풀까지 폭동… 휴가중 캐머런(영국 총리) 급거 귀국

입력 2011.08.10 03:03

[도심 무법천지 첫 사망자 발생… 英 국가비상사태]
쇠파이프로 무장 10~20代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방화
식량·의복 등 생필품 약탈, 정부 비상閣議… 경찰력 증강

런던 북부의 토트넘에서 폭동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8일 런던 중심가 등 20여곳에서 폭동과 약탈이 동시 다발로 벌어지고 제2도시인 버밍엄, 항구도시 리버풀과 브리스틀 등 다른 도시로 확대되면서 영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맞았다. 나라의 심장부가 활활 불타고 약탈당하는 장면을 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은 이날 해외 휴가 중 급히 귀국했다. 이번 연쇄 폭동은 올해 동화 같은 로열웨딩과 내년 런던올림픽으로 포장된 '화려한 영국'에 가려졌던 청년실업과 빈부 격차로 점철된 이면을 노출했다.

국가비상사태… 사망자 발생

런던의 경우 폭동 지점은 지난 사흘간 북부→남부→동부 빈민가 외곽으로 번지더니 2012년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있는 해크니, 국회의사당 인근 일링 지역까지 파고들어왔다. 각지에서 수십~수백명의 청년들이 경찰차량과 버스를 벽돌·각목·쇠파이프 등으로 파손하고 공공기물에 불을 지르고 경찰관을 향해 차를 몰아 부상을 입히는가 하면, 대형 상점에 몰려가 유리를 깨고 물품을 약탈하는 통제 불능의 무법천지가 펼쳐지고 있다고 BBC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9일 남부 크로이든에선 26세 남성이 총격으로 사망, 폭동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9일 오후 런던 시내의 옥스퍼드 서커스는 이틀 전 청년 50여명의 난동으로 상점 유리창이 깨지고 방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시민들은 "강도·살인 등 흉악 범죄로 이어질까 두렵다" "내년 올림픽 개최까지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캐머런 총리는 비상 각료회의를 주재한 뒤 총리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경찰력을 증강배치했다. 그러나 텔레그래프 등 언론들은 "경찰력이 사흘간 폭동 앞에서 맥을 못 췄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토트넘 폭동 당시 500명 규모의 시위대를 고작 100여명의 경찰이 상대하는 등 초동대응에 실패해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난한 소비 세대'의 약탈

이번 폭동의 핵심은 무차별 약탈이다. 폭도들은 대부분 10~20대로 후드티와 마스크·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흑인뿐 아니라 중동권·백인도 눈에 많이 띈다. 주로 대형상가에서 전자제품 등 고가의 물품과 식량·의복 등 생필품까지 약탈하고 있으며 여성들도 가세해 옷·화장품 가게를 터는 '약탈 쇼핑'을 하고 있다.

토트넘의 경찰 총격에 의한 마크 더건(29) 사망사건 직후 초기시위에서 '정의' 구호가 나왔던 것과 달리 이어진 폭동에선 특별한 정치·사회적 메시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더건에 대해 '갱단 두목이었으며 강력 범죄에 연루돼 있었다'는 설이 경찰에서 흘러나왔지만 연쇄 폭동이 그의 죽음에 대한 보복성 테러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가디언은 범죄 전문가를 인용해 "현재 저소득층 청소년 등은 고(高)실업, 복지 축소로 쪼들리면서도 왕실·연예인 등 상류층 소비문화를 미디어를 통해 늘 접하면서 박탈감이 큰 상태"라며 "이들은 대기업과 대형 상점의 물건을 훔치거나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데다 익명의 집단 범죄 속에서 죄책감도 희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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