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명 어학원장, 14년전 LA 갱단이었다

조선일보
  • 김성민 기자
    입력 2011.08.09 03:02

    1급살인미수 혐의로 수배 중 한국으로 도주 후 신분세탁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위장… SAT·토플 등 가르쳐 명성
    수업료 월 100여만원씩 받아 수십차례 해외 나들이

    미국 LA경찰국이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령을 내린 갱단 출신 재미교포가 국내로 도피, 신분을 세탁하고 14년간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서울 강남 지역에서 영어 어학원을 운영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8일 이 같은 혐의로 김모(3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신분 세탁 사실을 알면서도 동업을 하고, 무자격 강사를 고용해 함께 어학원을 운영한 혐의로 강모(36)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978년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로 현지에서 단과대학을 중퇴하고 필리핀계 갱단에 가입했다. 1997년 5월 경쟁 관계에 있던 멕시코계 갱단 2명을 권총으로 쏴 중상을 입혀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LA 이민 사회는 멕시코계와 캘리포니아계 갱들의 폭력이 심해, 10대 한국계가 자발적으로 갱단을 만들어 대항하거나, 기존 조직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김씨도 10대 초반에 갱단에 가입했고, 김씨가 속한 갱단 FTM(FlipTown Mob·플립타운의 폭도)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상당수 가입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LA경찰국이 수사망을 좁혀오던 1997년 7월 한국으로 도피했다.

    미국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신분을 만드는 것이 급했다. 김씨는 입국 직후 서류를 위조해 미국 플로리다 이민자 이모(31)씨로 변신했다. 지문을 등록하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린 뒤 여권과 운전면허증까지 발급받으며 완벽하게 신분을 세탁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서울 강남 일대의 어학원을 돌며 원어민 강사 생활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학원을 전전하며 SAT(미국의 대입 자격시험), 토익, 토플 등을 가르쳤고 한 달에 500만원 정도를 벌었다. 3년 전부터는 이번에 적발된 교포 출신 강씨와 함께 아예 서울 강남에다 영어 어학원을 차렸다.

    경찰은 "김씨는 단과대 자퇴, 강씨는 고졸 학력이 전부였지만, 미국 명문 대학인 UCLA, 샌디에이고주립대 출신이라고 홍보하고 학생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무자격 외국어 강사들을 끌어모은 이들은 서울 신사동의 4층짜리 건물 세 층을 임대해 어학원을 차렸다. 초·중·고등학생을 모아 한 달에 100여만원의 고액 수강료를 받으며 SAT를 가르치는 등 사업은 잘 풀리는 편이었다. 이들의 연 수입은 합계 1억500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김씨는 중국·태국·홍콩 등을 34차례나 여행하는 등 거리낌 없이 도피 생활을 즐겼다. 김씨의 14년 도피 행각은 '서울 강남에 미국 경찰이 살인미수로 수배한 원어민 강사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검거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신분 세탁 혐의와 무자격 외국어 강사 고용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겠지만, 조만간 미국으로 송환돼 살인미수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