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못하는 애들이 돈은 더 받아… 연기할 맛 나겠어요?

입력 2011.08.09 03:03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장 맡은 깐깐한 배우 윤여정
후배에 독한 충고 이제 안해… '레슨비'는 안나오고 말만 나와
심사위원장 자리 맡긴 건 아마 경로 차원일 것… 아직도 난 도전하고 싶다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요즘 '뉴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배우 윤여정(64)을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한 게 계기다. 영화판 사람들이 "어떻게 그 까다롭고 깐깐한 여배우를 영입할 수 있었을까" 화제를 삼을 정도로 윤여정의 '외출'은 영화가의 화제다.

8일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윤여정을 만났다.

그는 명성대로 거리낌 없고 당당했지만 사진기자에게 "피부가 안 좋으니 얼굴 나쁜 부분은 뽀얗게 만들어달라"고 특별히 부탁할 정도로 '귀여운 여인'이기도 했다.

―심사위원장은 뜻밖입니다.

"저랑 영화 같이하는 프로듀서가 제가 (촬영 스케줄이 없어) 노는 걸 알아가지고 부탁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는 것도 없는데…'하다가 내가 보고 맘에 들면 투표하는 게 심사겠지 해서 하겠다고 했어요."

―평소 음악영화에 관심이 있었나요.

"우리 한창때는 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 페어 레이디처럼 음악영화가 많았는데 요즘은 없지 않나요? 그래도 이런 영화제까지 있는 걸 보면 이제는 많은 사람이 영화음악을 좋아하나보다 생각하죠. 여러분이 많이 와서 즐기고 봐주세요."

―한 인터뷰에서 "드라마 외의 일은 귀찮고 힘들어 안 한다"고 했던데요.

"인생관이 바뀐 건 아니고 좀 물러졌나…. 장(長)을 맡긴 건 경로 차원이었을 거예요.(웃음)"

―배역을 고르는 기준은.

"독특한 역, 다른 역할을 우선으로 하죠. 나하고 나이가 비슷한 영국 배우 헬렌 미렌이 '우리 나이에는 초이스(선택권)가 많지 않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들어오는 순서대로 잡는 경우도 있어요."

―이전 인터뷰에서 "돈 때문에 연기를 한다"고 했는데 막상 돈 되는 작품은 보이지 않습니다.

"시나리오가 동시에 두 개 들어오면 당연히 돈 많이 주는 걸 하죠.(웃음) 근데 한 작품들을 보면 돈이랑 별 상관이 없기도 하고…. 나는 내가 배역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 지인이 '선생님 욕심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기가 센 배우'라고들 합니다.

"고분고분하거나 나약해보이거나 그렇진 않겠죠. 부러 그런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고요. 생긴 게 (그러니까) 생긴 대로 그렇게 살았나보지."

―'배우 윤여정'은 도전과 변신을 즐기나요.

"그런가봐요. 타고난 것 같기도 하고. (20대 초반) 어렸을 때 김기영 감독 시나리오(하녀·충녀)를 봤는데 다른 또래 같았으면 너무 어려운 신(scene)이 많아서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나는 '이렇게 재밌는 시나리오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라고 생각하고 했어요. 사실 '아들에게 헌신하는 엄마'는 너무 많이 봤지 않나요? 나는 그보단 다른 역할을 찾아요."

―아직도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젊은 사람들이 보고 '늙는 건 자연적 현상이니까 저렇게 늙어도 나쁘지 않아',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늙은 역할, 아주 많이 늙은 할머니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입을 가리며) 이거 지금 생각해 낸 거예요.(웃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윤여정. 그는“일 열심히 안 하는 사람, 감독한테 응석 부리는 사람, 시간 안 지키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후배 연기자들에게 독한 충고를 해 주는 걸로 유명합니다.

"이젠 안 해요. 내가 후배한테 '너 거기 좀 이상하더라' 그러면 인품 있는 좋은 충고인데 당사자는 그냥 넘겨버려요. 하지만 '너 너무 싸구려 같아보여'라고 하면 피비린내 나는 충고라 바로 알아듣죠. 그런데 내가 그렇게 몇 번 하다보니까 여러 얘기를 듣게 되고…. 내가 무슨 레슨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내 인격을 위해서도 이젠 안 해요."

―이순재씨가 최근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력을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연기 못하는) 걔네가 (우리보다) 돈은 더 받는다고. 그러니 내가 (연기)하고 싶겠어요?(웃음) 이 선생님이 칠십 되기 전까지는 그런 말씀을 안 해서 내가 '말 좀 하세요'라고 막 그랬는데 성격이 변하셨나봐."

―한 인터뷰에서 "싫은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본색이 나온다"고 했더군요. 어떤 사람을 싫어합니까.

"일 열심히 안 하는 사람, 감독이 요구하는데 (수긍하지 않으면서) 이유가 많은 사람, 시간 안 지키는 사람. 다 같이 돈 받고 하는 프로인데 감독한테 시도 때도 없이 아프다는 둥 응석을 부리는 거 정말 싫어요."

―나이 드신 여배우들은 종종 '젊은 남자 배우들이랑 공연하면 설렌다'고들 하던데….

"난 아니에요. 그 아이들이 나한테 남자 같겠수?(웃음)"

―그래도 동방신기 유노윤호랑은 친하다고 들었는데요.

"이전 드라마에서 공연했는데 시청률이 잘 안 나왔어요. 그래도 그 친구는 진짜 열심히 하더라. 근데 걔한테 미안한 게 '선생님 전 어때요'라고 물어봤을 때 '다음번에 잘할 거야'라고 한 거예요.(웃음). 못하는데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해로 7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물 만난 음악, 바람난 영화’를 주제로 11일부터 16일까지 충북 제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JIMFF는 음악이 주제거나 스토리 전개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는 영화를 주로 소개한다. 올해엔 모두 101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50여개 팀의 음악 공연이 청풍호반 무대 등에서 펼쳐진다. 출품작들은 국제 경쟁 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음악이나 음악가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소개하는 ‘시네 심포니’, 음악 관련 다큐멘터리로 꾸며지는 ‘뮤직 인 사이트’ 등 8개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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