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년간 묻힌 살인사건, 유골 없이 범인 셋 잡았다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1.08.08 03:10

    주범, 자백 직후 사망… 공범 한명 추가 자백으로 수사 급물살

    11년간 미제 사건으로 묻혀 있다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지난 4월 사건 전모가 밝혀진 강천실업 강모씨 살해 암매장 사건의 범인들이 구속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000년 11월 강천실업 강 사장을 폭행해 죽이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서모(51)씨와 김모(47)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공범 김모(53)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살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신을 찾지 못했음에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찰은 지난 4월 12일 위암으로 경기도 용인의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던 주범 양모(59)씨를 찾아냈다. 양씨는 경찰의 추궁에 "아직도 눈을 감으면 (살해한) 사장님 얼굴이 떠오른다. 죄송하다"며 자기가 직원들과 공모해 강 사장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양씨는 그러나 자백한 뒤 8일 만에 사망했다.

    경찰은 양모씨의 자백에 따라 서씨와 김씨를 검거했으나 이들은 강 사장을 죽였다는 양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씨와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양씨가 사장을 죽인 건 맞지만 우리는 시체만 옮겼을 뿐 죽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강도살인의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이지만, 시체 유기는 공소시효가 5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고 허위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숨진 주범 양씨의 진술을 토대로 강씨의 시신을 찾고자 한 강원도 영월 일대 야산 수색은 실패했다.

    검찰은 서씨와 김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2차례나 기각하면서 "시체를 찾든지, 증거를 더 보강하라"고 지시했다. 주범 양씨가 숨지고 공범들은 입을 다물어 버린 상황에서 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질 위기였다.

    그러나 이 사건 범인들이 구속됐다는 보도를 본 공범 1명이 자수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었다. 김모(53)씨는 지난 5월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저도 공모해서 사장님을 죽였습니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신병 확보에 나선 경찰은 김씨로부터 "양씨뿐만 아니라 망을 보던 나를 비롯해 모두 합세해 사장을 이불로 감싸고 발과 주먹으로 마구 폭행해 죽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또 "사장이 숨진 뒤 나는 양씨의 지시로 사장의 그랜저 승용차를 경기도 의정부 지역에 버리러 갔고, 양씨와 서씨, 김씨 등 나머지 3명은 시체를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파묻었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증언을 확보한 경찰은 지난 7월 서씨와 김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들이 강 사장을 죽이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가 정황적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새롭게 나타난 공범 김씨는 중풍 환자인 점이 참작돼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여전히 강 사장의 백골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명을 구속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백골을 찾기 위해 강원도 영월 일대 야산을 이 잡듯이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