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씨네 칵테일] 엉성한 드라마· 볼만한 화면…‘신종’영상오락 ‘7광구’

입력 2011.08.04 11:16 | 수정 2011.08.09 10:46

관객 향해 돌진하는 초대형 3D화면 자체가 장관…싱겁고 상투적인 드라마는 약점
재미의 반 이상이 웅장한 시각적 스펙터클…‘주로 눈으로만 맛보는’새로운 장르

출처='7광구'의 저돌적인 여성대원 해준(하지원)과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의 모습

김지훈 감독의 ‘7광구를 ’보고 나니, 이 영화를 3D 아이맥스 관에서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유 시추선에 나타난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이 영화를 초대형 입체 화면이 아닌 일반 2D 버전으로 봤더라면 영화에서 건질 게 훨씬 적었을 듯해서입니다.

그 정도로 ‘7광구’는 ‘시각적 스펙터클’, 즉 눈을 즐겁게 해 주는 다이내믹한 영상을 보는 맛 자체가 영화 전체 재미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이 말은,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입체영상들이 볼 만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드라마와 스토리, 연기가 미흡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7광구’가 이런 영화가 된 것은 ‘태생적' 배경 때문일 것입니다. 애초부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처럼 스펙터클한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오락영화로 기획된 영화라고 할수 있습니다. 괴물과의 싸움이라는 흔한 소재를 끌어들인 것을 보면 독창성으로 승부하려는 생각은 크지 않았던 듯합니다.

출처='7광구'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해준(하지원)과 정만(안성기) 외에는 각인되는 인물이 없다. 드라마 측면에서는 엉성하지만 화면은 상당히 훌륭하다

한마디로 ‘7광구’는 눈으로 맛보는 영화입니다. 무대를 제주도 남단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시추선으로 정한 이유도, 무엇보다 3차원 아이맥스 영화의 위력을 보여 주기에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어서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설정한 덕에 초대형 스크린에는 끝없이 넘실대는 바다, 헬기장 까지 갖춰져 있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시추선, 까마득한 철제 계단, 육중한 철제 시추봉 등 못 보던 풍경과 물건들이 펼쳐지며 관객들 눈을 붙듭니다. 주택, 슈퍼마켓, 빌딩, 도로, 거리의 자동차 등 일상에서 만나던 이미지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극의 전개에 필요하지 않아도 3D 입체영화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웅장한 장면들을 수시로 만들어 삽입합니다. 괴물에 쫓기던 하지원으로 하여금 시추선 갑판에서 굳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질주하게 한 것도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3D영화의 장점을 과시하려는 것이죠.

아이맥스 영화들이 흔히 그러하듯 항공 촬영 카메라도 자주 쓰입니다.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시추선의 전경을 하늘에서 훑어댑니다.

높이 10여m의 아이맥스 스크린을 통해 거대한 시추선 전경을 ’버즈 아이 뷰‘(birds eye view·하늘을 나는 새의 눈높이로 본 시야)로 보는 맛은 확실히 일반적 영화에서는 만나기 힘든 것입니다. 관객은 어느 틈에 일상을 탈출해 새로운 공간을 자유자재로 공중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기도 합니다.

전체 외형을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괴상한 괴물이 점액을 흘리며 난폭하게 꿈틀대는 CG도 볼만합니다. 시추선 내 밀폐 공간을 이리저리 쫓고 쫓기며 이어지는 액션 대결도 이만하면 한국 블록버스터로서 손색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7광구'는 드라마의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는 상당한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괴물과의 대결 자체가 진부한 소재인데, 이야기 전개 조차 상투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석유 탐사‘는 새로운 소재이지만 국가의 명운이 걸렸다고 할 유전 찾기에 관해 그다지 깊이 파고들지도 않습니다.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본부의 명령을 거역해 가며 석유시추를 감행하려는 저돌적인 여성대원 해준(하지원)이나 시추선과 괴물의 비밀을 알고 있는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 외엔 이렇다하게 뇌리에 각인되는 인물이 없습니다. 드라마에 양념을 쳐 보려고 했는지 남녀 대원들 간의 러브 라인을 보여 주기는 하는데, 시늉만 하다 끝납니다. 드라마의 측면에서보면 엉성하기 짝없습니다.

출처='7광구'에서는 저돌적 여성 대원 해준(하지원)의 액션신이 돋보인다.

영화에 관한 일반적 잣대를 들이대면 ’7광구'의 허점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즐겼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인 시각적 다채로움, 입체 스크린의 장관 때문이겠죠. 3D 아이맥스 영화는 연기나 드라마가 미흡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닙니다. 모든 부문의 완성도가 높으면 더 좋겠지만, 시각적 스펙터클로 상당부분이 채워지는 장르인 이상, 보통 영화와 달리 드라마의 약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 위주의 만화책에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듯, 화면 위주의 3D 아이맥스영화라는 그릇에는 깊이 있는 드라마가 애초부터 잘 담기지 않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인지 모릅니다.

최근 이 영화에 대해 “특수 효과 영상은 뻔드르르한데 드라마의 완성도가 낮다”는 식의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화살을 3D영화 자체에 돌려 “3D는 영화를 망치는 악의 축“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릅니다. 관객들이 이런 아이맥스 영화에서 얻으려는 첫번째 재미도 영상 그 자체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이니, 비평의 초점도 달라져야 할 듯합니다.

최근 서울 시내 어느 아이맥스 전문 상영관에서는 윈드 서핑 분야의 프로들을 등장시켜 파도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영상을 상영했습니다. 하지만 서핑 방법을 배우려고 이 아이맥스 영화를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높이의 파도가 가로 25m 스크린을 집어삼킬 듯 밀려오는 장관이 이 영화의 승부처이자 관객들이 감상하려는 핵심이겠지요. ‘7광구’도 본질적으로 이와 닮은 아이맥스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7광구’의 장르를 그냥 ‘영화’로만 잡는 것은 뭔가 모자라는 듯하게 생각됩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특성을 달리하는 신종 영상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매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스펙터클 영상 엔터테인먼트‘ 같은 새로운 이름을 붙여줘야 할 듯합니다.

다양한 호주머니 사정의 관객을 흡수하려는 전략인지 ‘7광구’는 3D아이맥스, 3D 일반 스크린, 2D 일반 스크린 등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버전으로 상영중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온전히 맛보고 싶다면 2D로는 보지 말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것의 반 이상을 놓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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