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 '뜨거운 감자' 된 한류

입력 2011.07.31 16:48 | 수정 2011.07.31 21:30

일본의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후지TV 시청 거부 운동 관련 글. 시청자가 한국 콘텐츠를 내보내는 TV를 걷어차는 그림까지 첨부됐다.

일본의 한 남자 배우가 최근 한류(韓流) 범람에 불만을 제기한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린 사건의 파문이 일본 사회에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반한(反韓) 네티즌들은 해당 배우를 지지하면서 한국 콘텐츠를 가장 적극적으로 방송하는 ‘후지TV’에 대한 ‘시청 거부 운동’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현지 유명 과학자는 “수준 낮은 소리”라며 비판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배우는 같은 배우인 부인(婦人)은 물론, 소속사와도 갈등을 겪고 있다.

◆反韓 네티즌, ‘한류 선호 후지TV 괴롭히기’ 행동으로 나서

최근 일본의 트위터에서는 ‘후지 테레비 불(不)시청 운동’을 주장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오는 8월 8일 후지TV의 시청률을 크게 떨어뜨려 한류 확산의 선봉장인 후지TV를 괴롭히자는 주장도 등장했다. 숫자 ‘8’은 후지TV의 채널 번호다.

최근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高岡蒼甫·29)가 트위터로 한류 확산에 불만을 드러낸 뒤 소속사와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이를 계기로 반한 네티즌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타카오카 소스케.

소스케는 지난 23일 ‘8번 채널은 요즘 진짜 보지 않는다. '한국 방송국인가' 하는 생각도 자주 든다. 일본인들은 일본의 전통 프로그램을 요구한다’는 글을 남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배우인 아내 미야자키 아오이의 요구를 받고 자신의 트위터에 ‘아내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한류 방송이) 세뇌 같아 기분 나쁘다. (방송국이) 이 나쁜 흐름을 깨달아야 한다”는 등의 글을 계속해서 올리다가 결국 28일 소속사와의 계약까지 해지됐다.

그러자 반한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no more 한류!’, ‘트위터리언의 힘을 보여주자’, ‘시청률 0%가 목표’, ‘일본이 이렇게 힘든 시기에 타국을 계속 띄우는 방송국은 보지 말자’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일부는 과거 한국의 광우병 파동 때처럼 “후지TV 광고주에 대한 항의·불매에 나서자”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한편 타카오카 소스케는 영화 '박치기!', '배틀로얄' 등에 출연했고 2005년에는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남우상을 수상한 스타 배우다. 올해 1월에는 일본 유명 소설을 영화화한 '킹카쿠지(金閣寺)'의 주연을 맡기도 했었다. 그의 아내 미야자키 아오이는 영화 '첫눈'에서 이준기와 호흡을 맞췄었다.

◆유명 日과학자 “유치한 자국문화주의, 이대로라면 일본은 3류 국가”


모기 켄이치로. /위키피디아 캡처

후지TV 시청거부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30일에는 일본의 유명 과학자 모기 겐이치로(茂木健一郞)가 이런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겐이치로는 소니(Sony)사의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일본의 저명 뇌(腦)과학자로, 방송에서 TV프로그램의 사회자나 해설자, 문예·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하는 유명인이다.

모기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후지TV 시청 거부 운동을 겨냥, ‘너무 유치하다. 한류의 어디가 나쁜가. 글로벌리즘의 시대다. 유치한 자국문화주의는,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더욱 더 약화시킬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다들 수준 떨어지는 실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열심히 공부하자. 일본은 이대로라면 3류 국가가 된다. 가짜 애국주의, 시시한 자기주장,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사대주의, 전부 버리지 않으면 이제 사랑하는 일본은 안된다(희망이 없다)’라고도 했다. 이어서 ‘모두 후지TV 봐라!’고 덧붙였다.

글이 올라오자 일본 인터넷을 또다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리 있다. 불평 하기 전에 우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옹호론과 ‘우리는 한류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한류를 무리하게 자주 내보내는 일을 비판했는데, 논점 일탈이다’ 등의 반론이 맞섰다.

모기는 이날 저녁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일부 사람들은 ‘한류’를 ‘후지TV’가 ‘무리하게 자주 내보낸다’는 감정을 매우 강하게 가진 듯한데, 이해가 안 갑니다”라며 민영방송은 기본적으로 경제원칙으로 움직이고, 한류가 그만큼 팔리기 때문에 내보내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소스케, 2006년엔 "일본, 한국에게 비열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다카오카 소스케의 과거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는 '박치기!'에서 주연급인 재일교포 리안성 역을 맡아 열연한 뒤 2006년 3월 방한, "한국에 대해 일본은 비열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정부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기 바란다"고 말해 일본에서 논란이 됐었다.

당시엔 현지 우익 성향 네티즌들이 그의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등 그를 적대시했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번 발언은 한국 자체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후지TV의 잇따른 한국 드라마 방송으로 일본 연기자들의 입지가 좁아진 데 대한 불만의 표시 정도로 봐야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日 네티즌 "한류의 TV 지배, 짜증 난다" /출처=유튜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