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버젓히 팔리고 있는 신종마약 '스파이스'

대마초·필로폰처럼 기존에 잘 알려진 마약류 외에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환각 효과는 더 강한 신종 마약들이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신종 마약 이름을 입력하면 이를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 수십개가 쏟아진다. 특히 사이트 대부분이 특별한 제재 없이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다.

아무런 제재가 없다보니 누구나 손쉽게 신종마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성년자도 인터넷서 신종마약 구입가능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신종마약 종류도 다양했다. 성분도 불확실하고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신종 마약까지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구매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사이트에 회원등록을 하거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다. 해당 물건을 절차에 따라 주문한 뒤 구매한 물품 가격을 판매자 계좌로 이체하면 된다.

하지만 성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보니 미성년자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특히 몇몇 사이트에서는 신종 마약 복용이나 흡입하는 방법, 몸의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사용 후기(?)도 적혀있었다. 글쓴이가 판매자인지 실제 구매자인지 알 수 없지만 사이트마다 50여건 이상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또 몇몇 사이트들은 구매자들은 안심시키기 위해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았다거나 해당 상품이 마약류로 지정되기 전에 빨리 사라며 친절하게 안내까지 하고 있다.

◇신종 마약 '스파이스' 강력 범죄의 주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종마약들을 해외 인터넷에서 구입해 택배 등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홍대나 이태원 클럽 등에서는 신종마약이 유통되고 잇다. 신종 마약을 흡입한 뒤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다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영주)는 지난 17일 여고생과 수차례 신종 마약류를 피우고 성관계를 맺은 A(32)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 3월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외국인에게 이른바 '스파이스'로 불리는 신종 마약 'JWH-018'을 구입한 뒤 여고생 B(17)양과 함께 두 달간 모두 4차례에 걸쳐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B양에게 "대마초랑 비슷한데 기분이 좋아지는 담배"라며 흡연하도록 한 뒤 환각상태에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홍익대나 이태원 부근 클럽에서 신종 마약류를 피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모르는 사람이 담배를 권하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종 마약을 들여와 판매하거나 직접 피운 미군과 클럽 종사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0일 '스파이스'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경북의 한 미군부대 소속 C(23)씨 등 3명과 스파이스를 피운 미군 및 군속 4명을 붙잡아 미군 헌병대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C씨 등으로부터 스파이스를 사들여 유통시키거나 피운 국내 판매 총책인 김모(29)씨와 문신 기술자 박모(32)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클럽 DJ 강모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로부터 구입한 스파이스를 피운 가정주부와 공익요원, 댄서 등 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A씨 등은 지난 5~6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길에서 스파이스 390g을 김씨로부터 920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를 이태원 클럽 등지에서 문신 기술자 박씨 등 내국인과 미군 및 군속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중간 판매책인 미국인과 스파이스를 피운 미군 등 15명을 추적 중이며 스파이스의 밀반입 유통 경로와 추가 공범자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신종 마약 밀반입 급증

단속이 어려운 신종 마약들의 국내 밀반입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관세청이 발표한 '2010년 마약류 밀수 검거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밀수 단속실적으로 200건, 14㎏, 194억원 상당을 마약류를 단속했다. 이는 전년대비 건수기준으로 33% 증가했으나 중량과 금액은 각각 67%. 68% 감소한 실적이다.

종류별로는 메스암페타민이 74건 6414g, 대마 53건 5451g, 스파이스 31건 605g, 기타 마약류 42건 1481g이 각각 적발됐다.

신종마약류 밀수가 전체 마약류 적발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건수기준으로 2009년 11.1%에서 지난해 28.1%로 크게 늘어났다. 적발된 신종 마약류의 종류는 2009년 7종에서 지난해 18종으로 종류가 다양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표적으로 알려진 신종 마약 스파이스의 경우 올 들어 18건 1057g 적발돼 지난해 보다 같은 기간 보다 179%나 늘었다. 화학구조 일부만을 변형한 신종 JWH-081, JWH-210 등 유사 신종 마약도 국내 처음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국제우편·특송화물을 이용한 마약 밀수 적발 건수는 전년대비 각각 53%, 44% 증가했으나 적발 중량은 2009년 281g에서 지난해 70g로 감소, 자가소비 목적의 소량 마약 밀수가 증가되는 추세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자가소비목적의 소량 밀수에는 의류(26건), 우편봉투 (23건), 서적(13건), 가방(10건), CD·DVD(10건), 엽서(9건), 서류봉투(7건), 플라스틱용기(7건) 등 다양한 은닉도구를 이용하고 있어 밀수수법이 날로 지능적으로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이 발간한 '2010년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밀반입되는 마약류로서 필로폰뿐만 아니라 신종마약인 스파이스와 엑스터시(MDMA), ▲야바(YABA) ▲크라톰 ▲벤질피페라진 ▲케타민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파이스는 2009년 7월1일 마약류로 규정됐다. 대마와 유사한 성분을 인위적으로 합성해 담배 형태로 만들어 피우는 것으로 천연 대마의 5배에 이르는 환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환각제다. 과다 복용할 경우에는 고혈압이나 뇌손상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태국이나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국내에 전파된 '야바(YABA)'는 메스암페타민 제제를 일컫는 것으로 환각성과 중독성이 강해 과대망상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밖에 '물뽕’(GHB)'은 복용하기 쉽도록 알약 형태와 분말 형태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성범죄용으로 악용돼 '강간용 약물(Date Rape Drug)'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뽕은 복용 후 24시간 이내에 인체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사후 추적도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다. 2002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유학생과 부유층 대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거래되는 신종 마약이다.

◇신종 마약 위장술 '진화'… "국제 공조수사·마약류 퇴치 교육 병행해야"

신종 마약들은 버터나 허브, 과자 등으로 교묘하게 위장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다.

최근 마약사범들이 신종 마약들을 해외 인터넷에서 구입한 뒤 택배 등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하고 있다. 밀반입되는 신종 마약을 막기 위해서 인천국제공항세관은 국제우편물과 특송 화물에 전담 마약탐지팀을 배치하는 등 마약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세관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신종 마약을 구입한 뒤 국제 택배를 이용해 밀반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신종 마약류의 경우 과자나 허브 등으로 위장하는 등 밀반입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다 보니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마약을 판매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부터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마약류 불법거래와 유통경로 등을 치밀하게 파악하는 등 국내로 신종 마약류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신종 마약을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들은 대부분의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 수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종 마약의 경우 대부분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해외 사이트를 차단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국가별로 단속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법만으로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데 사실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이를 위해 국제 공조 수사체제를 강화하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기존 '마약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를 확대개편해 동남아국가연합지역 마약류 불법거래 정보를 교환하고 원산지와 경유지 국가의 마약류 통제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국제 공조수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마약정보 조정센터(APICC)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종 마약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과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마약류 예방 교육과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최근에 인터넷 및 국제 택배 등 유통망이 발달해 외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마약류가 신속하게 국내에 유입된다"며 "마약류를 용인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건강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수사당국은 신종 마약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마약사범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고 무엇보다 마약류 퇴치를 위한 예방 교육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