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또 간첩단 연루… 발표도 안했는데 펄쩍

조선일보
  • 박국희 기자
    입력 2011.07.30 03:02

    구청장 등 15명 참고인 통보, 진보 3당 통합에 차질 우려… "비열한 공안 탄압" 반발
    "관련된 간첩사건 계속 터져… 우연이랄 수 있나" 지적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연루돼 있는 간첩단 사건을 놓고 민노당이 국정원과 검찰을 먼저 압박하고 나섰다. 과거 공안사건 수사에선 검·경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들은 침묵하다가 국정원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결과 발표가 있고 난 뒤에야 관련 사실을 부인하거나 해명하면서 "검찰 수사에 무리가 많다"는 식으로 맞서곤 했는데, 이번엔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들이 오히려 사정 당국에 선공(先攻)을 가하는 희한한 일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안 당국은 지난 8일 '북한 225국(옛 노동당 대외연락부)의 국내 지하당' 조직 총책으로 10여년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북한에 국내 정세를 보고한 혐의로 IT업체 대표 김모씨를 구속했다. 국정원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김씨의 컴퓨터 파일에서 단서를 찾아내 민주당 전 당직자, 미디어업체 대표 유모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그리고 이들의 포섭 대상에 오른 20여명에게 참고인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이 중 15명 정도가 현직 구청장 2명을 포함해 시의원과 구의원 등 인천지역 민노당 간부와 당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구속 수사기간 40일이 끝나는 8월 말쯤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발표해 코앞에 닥친 진보정당 통합을 방해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해왔다. 민노당은 오는 9월 4일을 목표로 진보신당·국민참여당과 3당 통합을 추진 중이다.

    민노당이 이런 유(類)의 공안사건에 휘말린 게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민노당 중앙위원과 사무부총장 등이 연루된 '일심회' 간첩단 사건이 공개됐을 땐 이들의 처리문제를 두고 당내 치열한 논쟁을 벌인 끝에 2008년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분당(分黨)이 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민노당은 아예 선제공격을 택했다. 민노당은 지난 27일 "이명박 정권과 국정원이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날뛰는 이유는 결국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통합과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민노당을 어떻게든 흠집내보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는 논평을 냈다. 이정희 대표도 같은 날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던 공안 탄압이 재현되고 있다"며 "치졸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다. 독재 정권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치고 나갔다.

    간첩단 사건을 축소 보도하던 좌파 인터넷 매체들조차 일제히 '일진회'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간첩단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한 좌파 인터넷매체는 지난 28일 "국정원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IT업체 대표) 김모씨 외에 10명의 자택과 직장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김씨 외에 4명을 체포하고 20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면서 수사상황과 일부 수사대상자의 신상까지 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국정원 수사의 유일한 근거는 김모씨의 컴퓨터 파일"이라며 "현직 구청장을 비롯한 유력인사들을 닥치는 대로 수사하는 것은 유달리 무리한 수사라는 게 변호사들의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영화배우 출신인 친노(親盧) 문성근씨 등도 '국정원의 간첩단 일진회 사건 전말. 8월에 터트린다고' 같은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관련 기사들을 퍼트리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앞선 일종의 김 빼기 전술인 셈이다. 그러자 검찰은 29일 현재까지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민노당 당직자의 혐의가 드러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출석 통보를 받은 당원 대부분이 구속된 피의자를 모른다"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 어떻게든 민노당을 옭아매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민노당이 연루된 간첩사건이 계속 터지는 것을 이제는 더 이상 우연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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