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국보순례] [120] 일월오봉도

조선일보
  •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사
    입력 2011.07.27 23:32

    현행 1만원권 지폐를 보면 세종대왕 초상의 배경으로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그려져 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왕의 상징으로 경복궁 근정전 등 각 궁궐 정전의 어좌 뒤에 반드시 설치되어 있다. 임금의 내실에도 장식되었고 의궤를 보면 옥외 행사 때 왕의 자리는 이 병풍으로 상징하였다. 또 삽병(揷屛·사진)이라는 가리개로도 만들어져 어진 제작 시 중간 점검할 때면 여기에 걸어놓고 보았다.

    그런데 같은 문화권이지만 중국·일본·베트남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조선왕조의 독창적 창안인 셈이다. 일월오봉도에는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넘실거리는 파도, 한 쌍의 폭포, 그리고 네 그루의 소나무 등이 좌우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 나오는 자연 경물의 상징성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지만 시경(詩經)의 '천보(天保)'라는 시의 내용을 그린 것이라는 이성미 교수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하늘이 당신을 보호하고 안정시키사/매우 굳건히 하셨네/높은 산과도 같고 큰 땅덩이 같으며/강물이 흐르듯/달이 점점 차오르듯/해가 떠오르듯/결코 무너지지 않으리/소나무의 무성함과 같이/당신의 후계에 끊임이 없으리."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왕의 존재를 상징하는 것이다. 성리학을 이데올로기로 건국하면서 유교의 경전인 '주례(周禮)'에 기초하여 경복궁을 창건하듯이 '시경'에 입각하여 이와 같이 아름답고 장엄한 일월오봉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진채(眞彩)를 사용한 장식 도안이 화려하면서도 아주 품위 있어 임금의 권위를 뒷받침해 준다. 일월오봉도는 세월의 흐름 속에 계속 새것으로 교체되어 왕조의 마지막까지 장식되었고 현재 약 20폭이 남아 있다. 명화란 꼭 화가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집체적 창작품이지만 당대 제일가는 도화서 화원들의 회화적 역량이 발현되었으니 일월오봉도는 명화 중의 명화이고, 국보 중의 국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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