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 손으로 쓴 보고서 심사한 문화재위원들

조선일보
입력 2011.07.26 23:30

2009년 4월부터 2년 동안 활동했던 정부 문화재위원회의 매장(埋葬)문화재 분과 위원 11명 가운데 7명이 건설사들이 대형 공사를 앞두고 벌이는 문화재 지표조사(地表調査) 용역기관의 임원 신분이었던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다른 분과 문화재위원 4명도 지표조사 기관 임원으로 이름이 올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거의가 고고학 관련 대학교수이거나 문화재 전문가들이다.

매장문화재보호법은 건설사가 3만㎡ 이상의 건설 사업을 할 경우 해당 지역에 발굴·보존해야 할 문화재가 있는지 사전에 지표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역 업체가 지표조사 결과를 문화재청에 보고서로 제출하면 문화재위원들은 이를 검토해 건설 현장 발굴 여부를 결정한다. 발굴 결정이 내려지면 공사가 지연되고 그로 인해 막대한 비용 지출이 뒤따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발굴을 안 하는 쪽으로 보고서가 만들어지도록 손을 쓴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던 이야기다. 현행 문화재위원회 규정은 문화재위원들로 하여금 그들이 용역을 수행했거나 그들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안과 관련된 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장문화재위원 중 63%가 용역업체 임원으로서 직접 조사 보고서를 만든 뒤, 문화재위원 자격으로 자기들이 만든 보고서를 심사해 발굴 여부를 결정해 왔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건설사들이 현직 문화재위원이 이사로 있는 업체를 골라 지표조사를 맡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3년 전 대구에선 중견 고고학자가 건설사로부터 문화재 지표조사를 빨리 끝내주고 조사 범위를 좁혀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500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국가의 최고 문화재 정책 기구 소속 문화재 위원들이 제 손으로 쓴 보고서를 제 눈으로 심사해 온 현실로 보면 그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대형 건설사업과 관련된 지표·발굴 조사는 해마다 늘어 작년 3091건에 달했다. 문화재청은 이 가운데 이번에 문제 된 문화재위원들처럼 지표조사에 관여하고 보고서도 심사한 경우가 진짜로 몇 건이나 되는지, 그들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모든 사안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 또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명단을 공개해 앞으로의 다른 지표조사나 발굴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쐐기를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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