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남편에게 네번 칼 맞고 100m 절벽 추락… '100만분의 1 확률'로 살아난 아내

입력 2011.07.26 03:11 | 수정 2011.12.15 15:05

[심장 몇㎜ 앞에서 칼 멈춰… 추락후 19시간 버텼다]
가슴·복부 네군데 찔리고도 - 하대동맥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배안에서 피 굳어 자연 지혈
찔리고 떨어지고… 살 확률 없었다 - 200여m 온몸으로 기어올라
자세 웅크려… 추가 출혈 줄여

남편이 휘두른 칼에 네 차례 찔린 뒤 100m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도 살아난 여성에겐 천운(天運)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을 저지른 남편은 비정하고 대담하게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칼에 네 차례나 찔리고도 무사

수원에서 직장을 다니던 고모(44)씨와 남편 최모(56)씨는 강원도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던 지난 19일 심한 말다툼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고 의심했다고 한다. 고성군 토성면 공터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아내를 추궁하던 남편은 분을 이기지 못해 자기 차에서 낚시용 칼을 들고 와 네 차례나 찔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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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는 아내의 가슴 바로 밑, 배꼽 오른쪽, 배꼽 왼쪽 2곳 등 모두 4곳에 상처를 냈다. 특히 가슴의 상처는 위험천만했다. 흉기가 심장 바로 앞에서 멈췄다. 아내 고씨를 진료한 속초 삼성병원측은 "1㎝만 더 들어갔으면 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복부 쪽도 흉기가 몸속 깊숙이 들어가며 하대정맥이 손상됐다. 그러나 치명상이 될 수 있는 하대동맥은 피했다. 하대정맥에서 나온 피가 배 안에서 응고하면서 손상 부위를 지혈한 것 같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흉기는 소장에도 상처를 냈지만 다행히 대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덕분에 복막염으로 번지지 않았다.

어떻게 올라왔나

흉기에 쓰러진 아내를 자기 트럭에 태운 남편은 인근의 병원으로 향하다가 아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차를 미시령으로 돌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오후 11시 30분쯤 미시령 정상 부근에서 숨진 줄 알았던 아내가 깨어나 "속이 좋지 않으니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경찰은 남편이 차에서 내려 힘없이 앉아 있던 아내를 100m 절벽으로 떠밀었다고 밝혔다. 순간적으로 아내가 남편의 팔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그 시각 한적한 미시령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고, 남편은 냉정하게 아내를 다시 밀었다.

아내는 굴러 떨어지다가 20m쯤 되는 지점의 둔덕〈그래픽〉에 기적적으로 걸려 멈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씨는 경찰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떴을 때는 날이 밝아 있었다"며 "미끄러운 돌을 피해 수풀 쪽으로 기어올라왔다는 기억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기자는 25일 고씨가 떠밀린 현장을 찾았다. 내려다 보기만해도 아찔했다. 도저히 일반인이 올라올 수 있는 지형이 아니었다. 경찰은 고씨가 반의식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완만한 경사를 타고 다시 도로 쪽으로 200여m를 기어올라온 것으로 추정했다.〈그래픽〉 아내 고씨는 발견 당시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절벽을 오르다 미끄러지기를 수없이 반복한 것이다.

19시간이나 버티다니

도로로 올라온 아내 고씨가 차를 타고 지나던 정모(29)씨에 의해 발견된 것은 20일 오후 6시 30분이었다. 절벽에서 밀려 떨어진 지 정확히 19시간 만이었다. 발견 당시 고씨는 몸을 잔뜩 웅크린 상태로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고씨가 정확히 언제쯤 도로에 올라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런 자세가 추가 출혈을 줄여서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런 일을 당하고도 살아날 확률은 정말 100만분의 1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속초 삼성병원 의료진도 "하늘이 도왔다"고 놀라워했다. 아내 고씨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어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부부는 2년 전 만났지만 함께 살다 헤어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혼인 신고는 지난 2월에 했다. 남편 최씨는 "정말 잘못했다"며 반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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