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한 결과 2008~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검토위원 2000여명 중 출제위원 2명과 검토위원 9명이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현직 교사였던 사실이 밝혀졌다. 수능 관리규정에는 해당 연도에 응시 자녀를 둔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게 돼 있으나 이들은 평가원에 "수험생 자녀가 없다"는 거짓 서약서를 제출해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원은 뒤늦게 두 출제위원 자녀 중 한명은 유학 계획이 있어 수능을 치르지 않았고 다른 한명은 출제위원 담당과 다른 영역의 시험을 봤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9명의 검토위원들도 출제된 문항을 사후에 검토하는 일만 했으므로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교수와 교사들 중에서 추려 만들어 놓은 풀(pool)에서 그해 출제위원 300명 안팎과 검토위원 180명 안팎을 골라 위원으로 위촉한다. 그 과정에서 고3 수험생 학부모인지 여부를 분명히 확인해야 하지만 그동안 전화로 본인에게 물어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런 평가원보다 더 황당한 것은 평가원 직원의 물음에 천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버젓이 허위 서약서까지 쓴 교사들이다. 수능 출제·검토위원 참여 경력을 얻으면 참고서 집필 의뢰도 받을 수 있고 유명학원에 '족집게 강사'로 스카우트될 수 있다는 욕심에 그랬을 수도 있고, 더 불순(不純)한 의도 때문에 그랬을는지도 모른다.

법관은 피해자나 피고인이 자기와 친족 등 이해관계가 있을 때 재판을 맡지 않도록 돼 있고 일반 기업에서도 하도급업자 입찰심사를 할 때 이해 관계자는 스스로 그 자리를 사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 내에는 도시계획·환경평가·사업타당성평가 등 수십억에서 수백억, 수천억원 상당의 기업 이해관계가 걸린 위원회들이 흔하다. 각 예술 분야의 콩쿠르·경연·공모전(公募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숱하다. 이들 대부분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직자들이다. 그런데도 심사대상이 된 기업이나 개인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기가 심사·평가위원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자진 사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의 잇속을 챙기느라 양심(良心)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한테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교육과학기술부는 경위를 상세히 조사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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