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부지가 좌파단체 해방구로… 30명 때문에 공사 중단

    입력 : 2011.07.20 03:01

    [표류하는 국가 사업] <4> 제주 해군기지
    타지역 반대세력 몰려들어 비닐하우스 등 치고 농성, 공사차량 출입 몸으로 막아
    공정률 14%, 목표치의 절반 "한달에 60억원씩 손실"

    지난 18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부지가 시작되는 강정천 다리 난간에 '해군기지 결사반대' 등 내용의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꼈다. 현수막은 가로수와 가로등, 전신주에도 내걸려 마을 안까지 이어졌다. 해군기지 부지 입구에 세워진 천막 앞에는 해군기지 반대 단체 회원 2~3명이 경계근무하듯 서서 공사 차량 출입을 막고 있었다.

    ◆해군기지 부지 반대 세력 해방구

    항만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중덕해안은 올해 3월부터 타 지역에서 원정온 반대 단체들의 해방구가 됐다. 공사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세운 천막들에는 냉장고와 선풍기, 2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LP가스통 같은 취사 시설이 갖춰졌다.

    그 옆에는 숙박용 비닐하우스 3개 동과 개인용 텐트가 세워졌다. 밤에 불 밝힐 수 있는 전기 시설, 공연·집회를 할 수 있는 무대까지 만들어졌다. 올레길로 이어지는 길목엔 해군기지 건설을 풍자하는 설치물이 만들어졌다. 이 부지는 작년 토지 매입이 끝나 국방부 소유지만, 반대 단체 인사 30여명이 점령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오는 25일엔 야(野) 5당도 이 해안에 천막을 치고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강정평화캠프'를 열 예정이다.

    제주 해군기지 부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인근 제주 올레 7코스에‘평화를 위해 해군기지에 반대한다’는 뜻의 깃발과, 폐기름 통 등으로 만든 평화 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해군기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이 우체통에 넣으라는 의미다. 그 옆 해안 바위에 있는 비닐하우스 형태 천막은 해군기지 반대 운동 인사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물리적 충돌로 공사 일시 중단

    제주 해군기지는 2014년까지 9770억원을 투입해 함정 20여척과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49만㎡ 규모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된다. 기지 상주 인원은 장병과 가족 포함 7500여명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1993년 해군본부 합동참모회의에서 처음 필요성이 제기된 뒤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듭됐다. 2007년 주민 총회를 통해 뜻을 모은 강정마을의 유치 신청과 제주도 여론조사(제주도민 54.3% 강정마을 주민 56.0% 찬성)를 거치면서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사진 아래 일지 참조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6월 제주에서 열린 평화포럼에 참석해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중립국 스위스를 예로 들며 "무장 없는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적·행정적 절차도 올해 초까지 거의 끝났다. 그 와중에도 강정마을의 일부 반대 주민과 제주지역 사회·환경단체들이 결성한 제주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는 반대 활동을 해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작년 말 공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반대 운동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3월부터 타 지역 반대 세력이 강정마을로 몰려들면서 갈등이 커졌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과 '개척자들' '생명평화결사'가 반대 세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야당 국회의원들과 민주노총, 민예총 등이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 차량 밑에 눕고, 바지선의 준설 작업을 방해하며 몸으로 공사를 막아왔다. 반대 단체들은 18일 해군기지 저지 7·8월 비상 투쟁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해군기지 공사는 방파제용 사발이(테트라포드)와 방파제 구조물인 케이슨들만 제작한 상태에서 6월부터 멈춰 섰다. 수심 측정과 해양 생태 조사만 겨우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전체 사업의 30%까지 진행돼야 할 공정률은 14%에 머물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사업단 이은국 단장은 "공사가 지체되면 한달 평균 60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충돌한다며 반대

    외부 단체들은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환경이 파괴될 뿐 아니라 미군 핵 추진 항공모함의 기항지가 돼 위험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 항공모함이 제주 기지에 들어오면 중국이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공격하겠다고 협박할 것이고, 제주 지역 경제는 관광과 투자 유치를 못해 쓰나미와 같은 충격을 받을 것이란 말도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실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제주 해군기지가 공격받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강정마을 반대 주민 중에서는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강정마을 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대폭 받자"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생활 좌파' 제도화가 진보 재집권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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