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자전거 운전자를 위한 ‘입는 컴퓨터’ 가방으로 레드닷 상 받은 이명수

입력 2011.07.19 11:59 | 수정 2011.07.30 15:49

‘입는 컴퓨터’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현대사회에서 컴퓨터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요즘 ‘입는 컴퓨터’까지 등장해 화제가 되고있다. 이른바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미국에서 군사훈련용으로 처음 시도된 ‘입는 컴퓨터’는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운동할 때 심장박동 수 등 몸 상태를 실시간 체크해주거나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약자의 팔다리가 되어주는 ‘입는 컴퓨터’가 상품화되고 있다. 다양한 기능의 ‘입는 컴퓨터’가 거리를 활보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컴퓨터가 패션이 되는 ‘입는 컴퓨터’를 디자인하는 이명수(39) 씨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웨어러블 컴퓨터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전거 운전자를 위해 디자인한 ‘자일(Seil, Safe・Enjoy·Interact・Light)’ 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일백(Seil Bag)’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의 운행 방향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가방이다. 이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면 방향 전환과 긴급 상황뿐 아니라 운전자의 감정 상태까지 발광 다이오드(LED) 기술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 패션 아이템인 가방이 IT 기술과 절묘하게 접목된 것이다.
 
  “가방은 힙색형・백팩형이 있는데, 방향지시등과 같은 교통 사인만을 다루는 드라이빙 모드와 이모티콘, 짧은 메시지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이모션 모드 두 가지로 나눠 출시할 계획입니다.”
‘입는 컴퓨터’는 자전거의 존재를 알려주기 때문에 패션은 물론, 안전까지 보장해준다.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전거에 탈착할 수 있는 무선 컨트롤러부와 LED 신호발광부가 장착되어 있다.
자일백은 웨어러블 컴퓨팅 개발에서 중요한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점을 해결했다. 에너지원인 배터리를 신체에 직접 접촉시키지 않는 구조로 설계하여 배터리가 발열하면서 생기는 불쾌감을 해결하고, 컨트롤러와 백팩은 각각 충전식으로 제작했다. 또 친환경 소재인 내구성 강한 한지를 사용해 기판을 보호할 수 있게 했다.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의사표현까지 담을 수 있는 이 아이디어 제품의 진가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2010년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후 프랑스 메종앤오브제, 미국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등 각종 전시회에 연이어 초청받았다.


헤드셋 무선통합 컨트롤러- 무선 헤드셋에 IT 기술을 접목했다.
 “레드닷 상은 꼭 받고 싶었던 상이라 ‘한 꼭지점을 찍었다’고 생각했죠. 그 후 프랑스에서 문광부 후원으로 전시회와 EU연합 후원으로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유럽 6개국을 돌며 전시하는 전시회에도 초청받았습니다. 2011년 2월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2012년 1월 암스테르담까지 이어지는 전시회지요. 전 세계에서 24명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아시아인으로는 저와 일본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 두 사람이 참가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비엔날레 형식의 순회 전시회인데, 한국 디자이너로는 제가 처음 초청받은 거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주문 밀려와
 
  자일백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이후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독일・캐나다・호주・브라질・칠레・사우디・러시아・태국・인도・중국・타이완・일본 등 전 세계 총판업자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루트를 100여 군데 확보해놓은 상태여서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그가 ‘입는 컴퓨터’ 디자인을 구상한 것은 200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년 정도 연수를 하면서였다. 국민대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시야를 더욱 넓히기 위해 해외 연수를 택했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와 ‘입는 컴퓨터’로 석사논문을 쓴 그는 “10년 후를 바라보고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심미성 못지않게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디자인했다. 그는 ‘삶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점에 특히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 후 2007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서울대 패션디자인랩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IT 신성장동력 기술개발사업’ 연구원을 지낸 그는 음성인식 워키토키 재킷 개발, 블루투스&워키토키 통신재킷 개발, ‘웨어러블 패션쇼’ 등에 참여해왔다. 2007년에는 차세대 컴퓨팅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2008년에는 디자인컨설팅 최우수상 등을 받으며 차곡차곡 노하우를 축적한 끝에 자일백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그는 헤드셋에 장착된 빔 프로젝트를 통해 무선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무선통합 컨트롤러’도 선보였는데, 2004년에 쓴 석사논문 주제를 현실화한 것이다. 헤드셋에 카메라 모듈을 장착해 손바닥에 있는 좌표 값을 읽으면서 작동시키는 원리로, 사람마다 피부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소리가 각각 다른 것을 인식하는 ‘3차원 전자인식 기술’이다.
 
  “헤드셋 무선통합 컨트롤러가 3차원 전자인식기술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헤드셋뿐 아니라 다른 패션 분야에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손바닥에 비친 다이얼을 눌러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헤드셋 무선통합 컨트롤러를 보면서 미래의 패션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디자이너지만, 디자인 분야보다는 IT 분야에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웨어러블 컴퓨터를 디자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왜 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기에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웨어러블 컴퓨터 디자인은 분명 10년 이내에 세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될 텐데 그때 가서 시작하면 너무 늦잖아요. 다행히 자일백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힘들었던 시간도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그가 2008년 설립한 ‘이명수디자인랩’은 최근 벤처기업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명수 씨에게 디자인은‘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상이 무엇이든 누군가를 위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디자이너라고 할 수 없죠. 가장 기본은 인간이나 동물, 생명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롭지만 내 길이 옳다고 믿고 끝까지 해온 저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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