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위키백과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조선일보
  • 선승범 경기 파주시
    입력 2011.07.07 23:33

    '위키피디아(인터넷 백과사전) 左편향 내용, 네티즌들 수정운동 나섰다'(5일자 A12면)를 읽었다.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위키백과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위키백과의 언어와 국가에 대해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판 위키백과=대한민국 위키백과'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위키백과는 '언어별'로 나눠져 있지 '국가별'로 구분돼 있지 않다. 영어판 위키백과, 일본어판 위키백과가 있을 뿐이다. 한국어판 위키백과는 대한민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쓰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전 세계에서 한국어로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대한민국에 있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위키백과의 기본 방침 가운데 하나인 '중립성'은 어떤 특정한 국가나 민족의 입장에서 항목을 채워 나가기보다는 특정 언어로 사실 관계에 입각한 편집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어판 위키백과에선 '남한'과 '북한'이라는 낱말 대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낱말을 쓰기로 사용자들이 기나긴 토론 끝에 뜻을 모았다. 외래어 표기법 문제라든지 어떤 정치적 인물에 대한 서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위키백과가 특정한 권위자나 편집자 없이도 사용자들이 토론으로 규칙을 정하고 편집 방향을 의논하는 성숙한 인터넷 민주주의 문화를 보여줌을 알 수 있는 사례이다.

    어느 누구나 항목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사전 내용이 '개판'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떤 내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각 항목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모든 서술은 항상 각주로 '믿을 만한' 출처를 붙이게 되어 있다. 위키백과에 잘못된 내용이 올라와 있는 것을 침소봉대하여 위키백과 전체를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전은 없을뿐더러, 위키백과의 소개 꼭지에서도 '모든 내용이 정확하거나 사실에 맞는 것은 아님'을 알리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은 위키백과의 역기능이 아닌 순기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는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몰아세우고, 토론이 실종되었으며 악플이 난무하고 있다. 이와 달리 위키백과의 사용자들은 끊임없는 토론과 의견을 나누며 바람직한 문화를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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