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병, "기수열외(해병대 따돌림)당했나?

입력 2011.07.05 15:39 | 수정 2011.07.05 16:40

조사단과 필담..“후임들이 선임대우 안해줬다”

지난 4일 인천시 강화도 해병부대 생활관(내무반)에서 총기사건을 일으킨 김모(19) 상병이 사고 발생 28시간여 만에 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기수 열외(해병대 내부 따돌림을 지칭)는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5일 필담(筆談)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김 상병은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더는 구타, 왕따, ‘기수 열외’가 없어져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도삽관(폐에 가까운 기관에 산소를 직접 공급하기 위해 관을 삽입) 상태로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없는 김 상병은 ‘누가 왕따를 시켰느냐’는 사고조사단의 질문에 “OOO의 주도로 후임병들이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집안이나 개인 신상문제로 사고를 저질렀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상병은 사고 전 남긴 자필 메모에서도 “XXX(같은 부대 이병), XXXX야. 기수 열외 시켜봐”라고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기수 열외를 당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상병이 거론한 기수 열외는 해병대 특유의 따돌림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병대 전역자들은 밝혔다. 한마디로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해병대는 훈련소 입소 시기를 기준으로 1137기 등 기수가 부여되며 이를 토대로 위계질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수 열외로 지목된 해병대원은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러한 위계질서에서 이탈하게 된다.
 
이날 해병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총기를 발사한 김 상병이 ‘기수 열외’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이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해병대를 전역했다는 한 네티즌은 “기수 열외인 선임병에게 반말하라는 강요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이를 거부하자 이제는 내가 기수 열외가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수 열외로 지목되자 후임병들이 마치 ‘민간인 아저씨’처럼 이름을 부르면서 반말을 하기 시작했고, 관물대에 있는 내 물건을 아무렇게나 훔쳐갔다”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도 “(해병대) 병장 시절 기수 열외를 당해서, 한참 아래인 이등병, 일병이 PX(부대매점)에서 먹을 것을 사라고 강요했다”면서 “가끔 자고 있는데 깨워 모포로 짓밟기까지 했다”고 해병대 커뮤니티에 썼다. 해병대를 전역했다는 네티즌은 “기수 열외된 선임이 당하는 것을 보니까, 힘들어도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도 했다.
 
한 관계자는 “김 상병의 메모에 거론된 이병을 포함해 부대 내 대다수는 조사과정에서 ‘김 상병에 대한 기수 열외는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기수 열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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