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0代의 도전… 절반의 성공

입력 2011.07.05 03:01

나경원 - "계파 대리인 않겠다" 여론조사 1위 했지만 조직 열세로 3위
원희룡 - 총선 불출마 배수진… 막판까지 洪대표와 신경전 "바닥서 다시 시작할 것"
남경필 - "계파·지역의 벽 높아" 당 쇄신과 개혁 외쳐 지도부 턱걸이 입성

4일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나란히 3·4·5등을 한 나경원·원희룡·남경필 의원은 당내에서 40대 소장파로 불리는 차세대 리더군이다. 원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쳤고, 나 의원은 '40대 여성 대표론'으로, 남 의원은 '소장 개혁파의 기수'로 당권을 거머쥐려 했다. 그러나 홍준표·유승민 의원에게 밀려 또다시 당권 도전에 실패했다. 세 사람 모두 선거 결과에 적잖은 아쉬움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40대 소장파 3인방이 나란히 지도부에 입성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적잖다. "지금은 당권 경쟁에서 밀렸지만 결국 한나라당의 미래는 이 3인방에게 달려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3·4·5등을 한 나경원·원희룡·남경필(왼쪽부터) 의원의 ‘40대 당대표’론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러나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차세대 리더 격인 3인방이 나란히 지도부에 입성해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나경원(48) 신임 최고위원은 작년 7월 전당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3위를 기록했다. 나 의원은 "올해는 (2위로) 한 계단 올라갈 줄 알았는데 또 3등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또 다른 의미였다. 이제 정말로 한나라당이 하나가 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작년 전당대회에서 여성 후보로서 친이(親李)계의 지원을 받았던 나 의원은 올해는 일찌감치 "특정 계파의 대리인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험로(險路)를 택했다. 친박계에선 "대선 후보(박근혜 전 대표)와 당 대표까지 여성이 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런 조직의 열세가 여론조사에선 홍 대표를 5%포인트 앞서 1위였지만 총득표에선 3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번 3위는 '여성 정치인' 나경원이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이 싸워서 얻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 시작하면서 약속했던 것처럼 돈선거 안 하고 계파나 세몰이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정치 실험을 했다"며 "이번에 받은 표는 국민들로부터 오롯이 받은 것이라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희룡(47) 신임 최고위원은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면 언젠가는 나의 진정성과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의 진을 쳤는데도 4위에 그치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전당대회 연설에서 눈물을 보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끌던 리어카에 올라탔다가 사고로 발가락이 잘렸다"며 "(홍준표 의원이) 남의 어려운 과거 가지고 '병역 미필(未畢) 뽑지 말라'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원 최고위원은 이번엔 주류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금껏 주류인 적이 없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변화·개혁의 목소리를 내온 소장 개혁파의 원조격이다. 대입과 사법시험을 모두 수석 합격했고, 3년간의 짧은 검사 생활을 지낸 뒤 2000년 16대 총선에 첫 출마,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까지 서울 양천갑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항상 "길들여진다는 의미에서 가축이 되면 안 되고, 언제든 맹수의 본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남경필 신임 최고위원(46)은 이날 5위로 당 지도부에 턱걸이한 직후 상기된 얼굴로 기자와 만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출마 당시만 해도 원희룡 의원과 양강 구도로 갈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둘 다 4·5등으로 밀렸다"며 "계파와 지역(영남)의 벽이 높더라"고 했다.

지난 1998년 정치에 입문한 남 의원은 4선 내내 '쇄신과 개혁'을 외쳐 '영원한 소장파'로 불려왔다. 그러나 궂은일보다는 '폼 나는' 일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작년에도 당대표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월 초 당의 4·27 재·보선 패배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소장파 후보로 황우여 원내대표를 내세워 친이주류 후보를 제치는 이변을 일으키는 데 앞장섰다.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서 몸싸움 없이 한·EU FTA 비준안을 처리하는 데도 기여했다.

남 의원은 "계파 없는 비주류의 한계를 절감했지만 지도부에 입성한 만큼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당원들이 평가한 것"이라며 "앞으로 내가 한나라당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발로 뛰며 보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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