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들어갔다 노후자금 1억 날리는 노인 속출

조선일보
  • 김은정 기자
    입력 2011.07.01 03:00

    "파산했다… 보증금 못준다" 중소타운 문 닫으며 배짱, 민간시설이라 규제도 느슨 "이게 어떤 돈인데…" 눈물

    "너무 막막하네. 평생 혼자 살면서 모은 돈을 다 날리게 생겼어."

    이재금(83) 할머니는 2006년 인천 서구의 한 실버타운에 입주했다가 2년 만에 퇴소했지만, 아직까지 보증금으로 낸 1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남의 집 밭일을 거들어주며 악착같이 모은 전 재산인데 실버타운 사람들이 돌려주지 않아 소송까지 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씨가 살던 실버타운은 병원까지 딸린 6층짜리 건물로 30평형 방에 살면서 생활비로 매월 70만원을 냈다. 생활비는 조카가 도와줘서 낼 수 있었지만, 목욕·방청소·세탁은 따로 돈을 내야 해 제대로 이용해보지도 못했다.

    이씨는 "입주 계약 기간인 2년을 채워야 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 꾹 참고 살다 나왔는데 보증금을 안 돌려준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경북 포항의 한 요양원에서 지낸다.

    이성옥(91) 할아버지도 파킨슨병으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부인과 함께 이 실버타운에 들어왔다 지난해 6월 퇴소했지만 아직 보증금 8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30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이성옥(91)씨 부부가 환자복을 입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부부는 지난해 6월 인천 서구의 한 실버타운에서 퇴소했지만 아직도 보증금 8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이 실버타운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노인들은 이들 외에도 26명이나 된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1999년 설립할 때 건축비 등으로 진 거액의 빚을 노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갚아 (노인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버타운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이곳처럼 부실한 경영으로 입주 노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곳이 적지 않다. 대기업 등이 참여한 대규모 실버타운이 도심에 등장하면서 중소 규모의 실버타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의 해인사 실버타운은 설립 8년 만인 지난 2004년 경매에 넘어가 63명의 노인들이 보증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실버타운이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민간 시설이라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들이 매년 1회씩 입주 연령 제한(60세 이상 입주)을 지키는지 등만 감독하는 데 그친다.

    김미혜 tp://focus.chosun.com/school/schView.jsp?id=418" name=focus_link>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버타운은 단순한 주거 시설이 아니라 노인복지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만큼 정부의 관리나 감독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실버산업협회는 전국적으로 실버타운이 100여개 정도라고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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