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2008년)이 있은 후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정된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에서도 좌편향 등의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교과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피카소 그림을 싣는 등 새로운 편향적인 내용도 포함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역사학)는 29일 한국현대사학회(회장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서술의 문제점과 새로운 서술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 발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천재교육과 미래엔컬처 2종의 한국사 교과서는 6·25전쟁을 기술한 대목에 피카소의 유화‘한국에서의 학살’을 실었다. 이 그림은 1951년 당시 공산주의자였던 피카소가 미군의 한반도 개입에 반발한 프랑스 공산당의 주문을 받아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강규형 교수는“이 사건은 이 지역의 좌우 대립에서 일어난 것이지 북한이 선전선동한 것처럼 미군과 국군만의 학살이 아니었다”며“편향적 역사 이해를 유발할 수 있는 그림을 실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과도한 민족중시 근대국민국가 소홀

강 교수는 새로 검인정 통과된 6종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 중에서 정치·외교·안보 분야 서술을 집중 분석했다. 강 교수는 "새 책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란 문구가 들어가고, '6·25 전쟁은 남침'이라는 사실이 명기되는 등 지난 7차 때보다 많이 개선됐음에도 불구, 여전히 상당수 문제점은 온존됐다"면서 ▲극단적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한 침략과 저항의 이원적 접근 ▲일국사 중심의 역사 서술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리 국사 교육이 역사 인식의 주체를 국민·국가가 아닌 민족으로 설정하고 민중적 관점을 강조한 결과, 한편으론 편협하고 폐쇄적인 복고적 민족주의, 다른 한편 마오쩌둥주의에 영향받은 좌파적 민족주의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 새로 게재돼

일부 교과서는 대한민국에 부정적이고 북한체제에는 호의적인 서술이 여전하다고 지적됐다. 가령 천재교육과 미래엔컬처그룹 교과서들은 피카소의 유화 '한국에서의 학살(Massa cre in Korea)'을 실었다. 이 그림은 1951년 프랑스 공산당원이었던 피카소가 미군의 한반도 개입에 반발한 프랑스 공산당의 의뢰로 그린 것으로, 6·25전쟁을 남북한 내전으로 파악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의 책 '한국 전쟁의 기원1' 표지에도 실렸다.

강 교수는 "황해도 신천 양민 학살은 이 지역의 좌우대립에서 일어난 것이지, 북한이 선전선동한 것처럼 미군과 국군만의 학살이 아니었다"면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도를 가지고 그린 그림이어서 편향된 역사 이해를 유발할 수 있는 그림을 굳이 실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두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모두 합쳐 21회에 걸쳐 '독재'라 표현했으나 북한 정권을 '독재'라고 쓴 것은 단 5회에 불과했다. 6·25 당시 양민 학살에 대해서도 인민군에 대해서는 "인민재판을 통해 학살하는 일이 점령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고만 서술한 반면 국군·미군에 의한 '거창 사건'과 '노근리 사건'은 상세히 기술했다.

또 미래엔컬처 교과서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대해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유럽에서 평화 통일 운동을 하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로 등을 간첩으로 체포하여 국내로 압송하였던 것"이라고 썼다. 강 교수는 "윤이상 등이 북한관련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지, 평화통일운동을 했기에 구속된 것은 아니였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6종 교과서 중 1종을 제외하고는 북한 권력 세습에 대해 '권력 계승' '후계 구축' 등으로 표현했고, 북한의 인권 문제나 도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