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2008년)이 있은 후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정된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에서도 좌편향 등의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교과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피카소 그림을 싣는 등 새로운 편향적인 내용도 포함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역사학)는 29일 한국현대사학회(회장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서술의 문제점과 새로운 서술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 발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과도한 민족중시 근대국민국가 소홀
강 교수는 새로 검인정 통과된 6종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 중에서 정치·외교·안보 분야 서술을 집중 분석했다. 강 교수는 "새 책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란 문구가 들어가고, '6·25 전쟁은 남침'이라는 사실이 명기되는 등 지난 7차 때보다 많이 개선됐음에도 불구, 여전히 상당수 문제점은 온존됐다"면서 ▲극단적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한 침략과 저항의 이원적 접근 ▲일국사 중심의 역사 서술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리 국사 교육이 역사 인식의 주체를 국민·국가가 아닌 민족으로 설정하고 민중적 관점을 강조한 결과, 한편으론 편협하고 폐쇄적인 복고적 민족주의, 다른 한편 마오쩌둥주의에 영향받은 좌파적 민족주의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 새로 게재돼
일부 교과서는 대한민국에 부정적이고 북한체제에는 호의적인 서술이 여전하다고 지적됐다. 가령 천재교육과 미래엔컬처그룹 교과서들은 피카소의 유화 '한국에서의 학살(Massa cre in Korea)'을 실었다. 이 그림은 1951년 프랑스 공산당원이었던 피카소가 미군의 한반도 개입에 반발한 프랑스 공산당의 의뢰로 그린 것으로, 6·25전쟁을 남북한 내전으로 파악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의 책 '한국 전쟁의 기원1' 표지에도 실렸다.
강 교수는 "황해도 신천 양민 학살은 이 지역의 좌우대립에서 일어난 것이지, 북한이 선전선동한 것처럼 미군과 국군만의 학살이 아니었다"면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도를 가지고 그린 그림이어서 편향된 역사 이해를 유발할 수 있는 그림을 굳이 실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두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모두 합쳐 21회에 걸쳐 '독재'라 표현했으나 북한 정권을 '독재'라고 쓴 것은 단 5회에 불과했다. 6·25 당시 양민 학살에 대해서도 인민군에 대해서는 "인민재판을 통해 학살하는 일이 점령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고만 서술한 반면 국군·미군에 의한 '거창 사건'과 '노근리 사건'은 상세히 기술했다.
또 미래엔컬처 교과서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대해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유럽에서 평화 통일 운동을 하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로 등을 간첩으로 체포하여 국내로 압송하였던 것"이라고 썼다. 강 교수는 "윤이상 등이 북한관련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지, 평화통일운동을 했기에 구속된 것은 아니였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6종 교과서 중 1종을 제외하고는 북한 권력 세습에 대해 '권력 계승' '후계 구축' 등으로 표현했고, 북한의 인권 문제나 도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