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옥에 갇혀 있다는 소설가 김훈을 '면회'하러 얼마 전 경기도 선감도에 다녀왔다. 그의 한 세대 아래 후배인 소설가 김연수·김중혁과 함께였다. 글은 엄정하지만, 말은 때때로 엄살이 있는 이 작가는 서해안 작은 섬을 '극변(極邊)'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다리가 있어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지만, 제부도·대부도 다음에 위치한 극도의 변방이란 뜻이었다. 작가는 선감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광복 이후 얼마간은 전국의 부랑자들을 이곳에 그러모아 강제노역을 시켰다는 것이다. 사방이 바다와 뻘이라 도망칠 수도 없었던 사실상의 감옥이다.
작업실에 막 도착했을 때, 작가는 맨발로 의자에 앉아 연필로 꾹꾹 원고지를 메워나가고 있었다. 방에는 컴퓨터도, 전화기도 없었다. 찾아오는 사람으로 붐비는 일산 오피스텔에서 선감도로 피신한 지 대략 두 달이다. 작가는 "가끔 일몰을 보러 오는 불륜(不倫) 커플들이 거슬리지만, 그래도 여기 온 지 두 달 만에 (200자 원고지) 500매를 썼다"고 자랑했다. '500'이라는 숫자를 질투하듯, 후배 김연수가 뜬금없이 "불륜의 반대말이 '합륜(合倫)'이냐, '정륜(正倫)'이냐"고 물었다. 선배는 빙그레 웃으며 술잔을 권했다.
최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소설 '자유'의 작가 조너선 프랜즌(Franzen)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작업실에는 전화가 없고, 컴퓨터는 인터넷 접속을 차단시켰다. 오바마 대통령과 오프라 윈프리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미국 작가는 "인터넷은 모두 자아에 관한, 자아가 원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서 "우리에게 쏟아지는 모든 뉴스와 정보, 나쁜 오락물들로부터 피난처가 될 책을 써내려면 일종의 '고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때 트위터의 옹호자였던 소설가 황석영은 더이상 트윗을 하지 않는다. 그는 기자에게 '장풍(掌風)'이란 표현을 썼다. 일방적으로 날려보내는 일회성 잠언(箴言)은 작가의 창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1970~1980년대에 우후죽순처럼 창간됐던 기업체 사보들의 콩트 청탁에 소설가들이 소모됐던 예를 들었다. 짭짤한 원고료 유혹에 짧은 글을 쓰느라고 소설 아이디어의 씨앗들을 모두 소진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된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그 씨앗을 굴리고 또 굴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듯 골방으로 복귀하는 작가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트위터의 팔로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소설가 은희경 역시 계간지 원고 마감을 앞두고는 '트위터 휴지기'를 선언하고, 작가 중에 가장 먼저 트위터를 개설했던 소설가 김영하 역시 지난 2월 말 '트윗 절필(絶筆)'을 선언했다.
문학은 개인 예술이다.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게임까지 서사창작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협업이 이루어지지만, 소설만은 예외다. 전 세계 소설가들은 혼자 쓴다. 어쩌면 작가들에게 골방으로의 귀환을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에서이다. 우리의 영혼을 넉넉히 치유할 정신적 안식처를 원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이 다가오는 이때, '골방의 영혼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