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만에 깨어난 신영록… 임수혁(심장마비 후 응급조치 늦어 사망한 야구선수)이 그를 살렸다

입력 2011.06.28 03:07 | 수정 2011.06.28 09:08

뇌 손상 최대한 줄여…시간과 싸움서 이겼다
임수혁은 - 사고 현장서 응급조치 안해 식물인간으로 버티다 사망
신영록은 - 任 사고후 응급의료 개선돼… 응급처치 7분 만에 병원에

프로축구 경기 중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던 신영록(24·제주)이 50일 만에 극적으로 의식을 찾았다.

제주한라병원은 27일 "신영록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인공호흡기 없이 스스로 호흡하고, 가족을 알아보고 간단한 대화도 한다"며 "이제 곁에서 24시간 살피지 않아도 될 만큼 호전돼 일반 병실에서 가료 중"이라고 밝혔다. 신 선수가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지방 종합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는 데다 심장마비가 일어난 경기장 현장에서 의료진과 팀 운영요원 등이 신속히 심폐소생술을 했기에 가능했다.

이는 지난 2000년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팀 포수 임수혁 선수가 잠실야구장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부실한 현장 응급 처치로 끝내 회생하지 못한 것을 교훈 삼아 이후 경기장 응급 의료시스템이 개선된 덕이다. '죽은 임수혁'(2010년 사망)이 신영록을 살린 셈이다.

신영록은 지난달 8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홈경기에서 후반 37분 교체 투입됐다가 경기 종료 직전 운동장에서 쓰러졌다. 의학계에서는 신 선수에게 심장 맥박이 어느 순간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숨어 있다가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전해질(電解質) 이상 등으로 인해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영록은 쓰러지자마자 현장에서 대기하던 간호사와 팀 운영요원에 의해 즉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구급차에 태워져 7분 만에 제주한라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병원 도착 후에는 심장 전기충격 치료로 심장 박동이 되살아났다. 심장마비로 뇌 혈액 순환이 일시적으로 멈췄지만 그로 인한 뇌 손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달 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최근 50일 만에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신영록 선수(왼쪽)가 27일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그래도 심장마비로 인한 뇌 산소 공급 부족으로 뇌 손상이 일부 생겨 신영록은 의식을 잃었고 그 후유증으로 간질 발작이 일어났다. 의료진이 세 가지 간질 약물을 조합 투여하고 인공호흡기와 수면 치료를 세심히 시행했다. 뇌파상에서 신영록의 간질파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 21일 신영록은 눈을 뜨고 의사 표현을 했다. 현재 신영록은 부모를 부르거나 "배고프다"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됐다. 손가락으로 볼펜을 잡는 것 같은 세밀한 동작은 못하지만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정도는 가능한 상태다. 신영록은 이날 회복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소속팀 박경훈 감독을 보자 손을 쥔 채 눈물을 쏟았다. 제주한라병원 전종은 신경과 과장은 "꾸준한 재활 치료가 이뤄진다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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