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진짜 예쁘네" 교사 성희롱… 학부모 "네가 뭘 알아" 무시

입력 2011.06.27 03:02 | 수정 2011.12.15 15:25

[교실이 무너진다] [3] 女교사 수난 시대
부임 1~2년차 교사들 대상 엉덩이 만지고 폭행 위협…
반성문 쓰라고 했더니 부모 "애 팔 아프다" 항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선생님 놀리기 영상./출처=유투브]


교사 2년째인 경남의 한 중학교 A(25) 교사. 제자들과 평생 지내면서 교육에 헌신하겠다는 꿈을 갖고 교편을 잡은 그에게 현실은 달랐다. 지난달 1학년 수업 중이었다. 쉬는 시간 교탁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지나가다 스쳤겠지'하고 넘겼는데, 한 학생이 뒤를 지나갈 때마다 엉덩이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A 교사는 이 경험을 다른 젊은 여성 교사들에게 얘기했더니 대부분이 "나도 같은 일을 당했다"고 했다.

이 학교 여성 교사들은 남성 교사에게 그 학생 지도를 부탁했다. 한 남성 교사가 물어보니 그 학생은 "처음엔 재미로 했는데, 선생님들이 뭐라고 안 해서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친구에게 "너도 한번 해봐라. 재미있다"고 했고, 학교 조사 결과 다른 학생도 같은 짓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A 교사는 "애들이 아무리 사춘기라도 젊은 여자 선생님들과 신체 접촉을 시도할 줄은 몰랐다.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교단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교사들은 남성 교사들에 비해 학생들에게 당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학생들은 특히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여성 교사를 함부로 대한다. 성인만큼 덩치가 큰 일부 학생이 여성 교사를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폭행을 가하고 성희롱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개념 없는 중딩들’이란 제목의 1분37초짜리 동영상에서 남녀 중학생들이 수업시간에 30대로 보이는 여성 교사에게“선생님, 첫 경험은 고등학교 때 하셨죠?”라고 묻자 교사가 당황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화면
지난해 12월 18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개념 없는 중딩들’이란 제목의 1분37초짜리 동영상에서 남녀 중학생들이 수업시간에 30대로 보이는 여성 교사에게“선생님, 첫 경험은 고등학교 때 하셨죠?”라고 묻자 교사가 당황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화면
중학생이 교사에게 "첫 경험 언제?"

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대상도 주로 여성 교사들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개념 없는 중딩들'이란 동영상에선 학생들이 30대로 보이는 여성 교사에게 "첫 경험은 고등학교 때 하셨죠?" "생리 시작한 날은 언제예요?"라고 물으며 즐거워한다. 교사는 당황하지만 학생들은 연이어 "초경" "첫 경험"이라고 외치고, 한 남학생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예쁘네"라고 말한다.

부산의 중학교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한 여성 교사는 작년 2학기 중간 고사에서 커닝을 하는 2학년 학생을 적발했다. 평소 다른 학생들의 돈을 빼앗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그 학생이 같은 반의 공부 잘하는 학생을 협박해 답을 쓴 쪽지를 건네도록 한 것이다.

교사는 그 학생의 손에 들린 쪽지를 보고 "쪽지를 내놓으라"고 했지만 학생은 "에이씨~ 아무것도 아니다"고 거절했다. 교사가 여러 번 추궁해도 학생은 두 눈을 부라리며 부인만 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은 여성 교사들을 만만하게 보고 커닝도 여성 교사들 시간에 주로 한다"며 "그 학생 키가 180㎝에 가까울 정도로 덩치가 커 지도할 때 상당히 위협적이었다"고 말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선생님 놀리기 영상화면 캡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선생님 놀리기 영상화면 캡처
일부 학부모 "젊은 네가 뭘 안다고 지도하나"

지난달 하교 시간에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무실에 학부모가 급하게 찾아왔다. 이 학부모는 "그 X(담임 교사) 어디 있느냐. 나오라고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동료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젊은 X이 우리 애 담임이라는데, 반성문을 하도 쓰라고 해서 애가 팔이 아프다고 난리다"라고 했다.

작년 첫 발령을 받은 여성 교사(26)가 친구들 돈을 뺏고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는 1학년 학생에게 반성문을 여러 번 쓰게 한 것이었다. 결국 이 학부모는 그 여성 교사를 만나 "젊은 네가 애를 낳아봤나 키워봤나. 뭘 안다고 우리 애를 지도하려고 하나. 애가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죽겠다고 한다. 가만히 안 두겠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여성 교사들이 '봉변'을 당하고 있는데도 학생들을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여성 교사가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미국은 문제가 심각한 학생을 교내에 상주하는 경찰에게 넘기도록 하는 등 강력한 시스템을 운영한다"면서 "학교에서 여성 교사가 학생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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