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년들(탈북자·남한 대학생·독일 교민), 베를린에서 통일을 외치다

입력 2011.06.27 03:05

독일통일 상징인 그 광장서 강강술래하고 애국가 불러
동서독 청년과 통일연습도… "우리 염원 세계 선포한 날"

"우리는 통일 독일의 현장을 둘러보며 멀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더욱 굳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이 확신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는 일과 통일된 한반도를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일에 젊음과 삶을 바쳐 헌신할 것을 선언합니다…."

24일(현지시각) 아침,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남한 대학생과 탈북 대학생·청년 그리고 현지 교민 등 50여명이 손을 맞잡았다. 광장 바닥에는 한국에서 각계각층의 통일 염원 서명을 받아온 한반도 깃발 625장이 펼쳐졌다.

브란덴부르크門 앞, 한반도 그림 625장 위에 울려퍼진‘우리의 소원은 통일’… 24일(현지시각) 통일 독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서 한국 대학생과 탈북 대학생·청년, 현지 교민 등 50여명이 펼쳐진 한반도 깃발 625장 위에서 ‘애국가’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청년들은 8일간 독일 통일의 현장을 함께 둘러본 뒤 이날 독일 현지 청년들과 함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베를린 청년선언’을 발표했다. /베를린=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행사는 교민 청년들의 사물놀이 공연으로 시작됐다. 청년들은 함께 펼쳐놓은 한반도 깃발 위를 돌며 강강술래를 했다. 둥글게 둘러서서 애국가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함께 불렀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과거엔 베를린 장벽으로 둘러싸인 분단의 상징이었지만, 장벽이 무너진 지금은 거꾸로 통일독일의 상징이 된 역사적인 장소다. 베를린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이 2시간여 발걸음을 멈추고 청년들의 '통일선언'을 지켜봤다.

기독교북한선교회와 서울신대 북한선교연구소는 지난 19일부터 한국 대학생·청년 11명과 탈북 대학생·청년 6명 등 30명과 함께 독일 현지를 방문하는 '남북한과 동서독청년들이 함께하는 통일연습' 프로젝트를 펼쳐왔다. 이날 행사가 하이라이트였다.

24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남북한 청년과 현지 교민 등 50여명이 한반도 깃발 625장을 이어 펼치고 그 위에서 모두가 허리를 굽혀 통일의 길을 연다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베를린=이태훈 기자
'통일연습'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5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이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졌던 뫼들라로이트, 동독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 시위의 시발점이 됐던 라이프치히와 니콜라이교회, 동독비밀경찰 슈타지 박물관·문서고와 작센하우젠의 유대인강제수용소에도 갔다. 한국의 법학대학원에 다니는 탈북 10년차 청년 김명수(24·가명)씨는 "전 세계 방문객이 찾아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유대인수용소처럼 북한의 강제수용소도 박물관이 돼 세계의 방문객을 맞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했다. 일주일간 함께 독일을 누비며 김씨의 단짝 친구가 된 김지유(23·서강대3)씨는 "동서독이 그랬듯 한국의 통일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또 통일이 닥쳤을 때 내가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이날 '평화와 통일을 위한 베를린 청년 선언문'을 한국 청년들과 함께 낭독한 질 베버(20·베를린 성서신학교 학생)씨는 "남북한 청년들의 하나 된 뜻이 통일을 향해 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8일간의 독일 방문을 이끈 서울신대 북한선교연구소 박영환 교수는 "젊은이들의 '통일 세포'가 살아나고, 입이 열려 통일을 외치며, 이들의 결심을 세계를 향해 선포한 귀한 날이었다"며 "더 많은 남북한 젊은이들이 통일을 자신의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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