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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인간이 타고나는 것이라고? 천만에… "理性은 남과 싸워 이기려고 발달한 것"

  • 전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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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6.27 03:06

    美·佛 학자 파격 해석에 해외 학계 일제히 술렁

    "이성은 진리 탐구의 수단이라기보다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투쟁의 무기로서 진화해온 것이다."

    인간 이성(理性)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이 해외 학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른바 '이성적 사고에 관한 논쟁 이론(argumentative theory of reasoning)'이다. 과학저널인 '행동·뇌과학 저널(The Journal of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이 지난 4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데 이어 뉴욕타임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유력지들이 이 이론을 차례로 소개했다.

    
	인간의 이성(理性)은 진리 탐구의 도구가 아니라 말싸움, 즉 논쟁에서 이기려는 과정을 통해 진화했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인간의 이성(理性)은 진리 탐구의 도구가 아니라 말싸움, 즉 논쟁에서 이기려는 과정을 통해 진화했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플라톤 이래 서양 철학에서 이성이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고유 능력'으로 규정돼왔다. 계몽주의 이후에도 이성적 사고는 인간의 지식을 개선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논쟁론자들'은 이런 고전적 해석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프랑스 장-니코 연구소의 인지과학자인 댄 스퍼버 박사와 미 펜실베이니아대의 휴고 머시어 철학 교수는 공동 논문에서 "이성적 사고는 순전히 사회적 현상이다. 우리가 남을 확신시키거나, 섣불리 남에게 설득당하지 않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실적인 인간은 고독한 진리탐구자가 아니라 무리 속에서 부단히 의견을 다투는 사람이다. 인간의 합리성이란 것도 상대를 이기려는 욕망이 논쟁의 영역에서 발현되면서 발달돼온 능력이라는 것.

    이 이론은 사회 현실에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비이성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출생증명서까지 공개했음에도 불구, 아직도 미국에서는 그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국내 '광우병 파동' 때도 마찬가지. 사실에 기초한 전문가들의 '해명'이나 '합리적' 설득에도 불구하고 '괴담'이 활개쳤다. 철학계에서는 '확증 편견(Confirmation Bias)'이라 부르는 뿌리 깊은 경향성을 원인으로 든다. 자기 생각에 맞는 의견만 청취하려는 사고의 습관을 가리킨다. 이는 '이성적 사고'를 갖고 있는 식자층도 마찬가지다. 자기 반대편 연구나 글에서 흠을 찾아낼 때는 훨씬 더 열성적이 되고, 자기 관점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반증에는 훨씬 더 비판적이 된다는 것. 스퍼버 박사는 "확증 편견은 우리를 진실에서 멀어지게 할지는 몰라도 타인을 설복시키려 할 때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이성적 사고는 자기주장을 변론하는 방패이고, 유능한 논객이란 진리 추구자가 아니라 자기 입장을 강력하게 펼 수 있는 사람이다. 스퍼버 박사는 "인간이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를 해왔다면 논리적 사고에 반하는 습성은 왜 도태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연구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인간은 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동물이고,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을 경우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런 '투쟁 도구로서의 이성'을 발전시켜온 것으로 풀이된다. 예일대의 헬렌 랜드모어 정치학 교수는 "민주주의도 이런 이성의 진화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며 "인간이 논쟁과 평가 기술을 발달시켜 가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토론을 허용하는 정부를 최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법정 공방 시스템도 같은 예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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