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 110억 사건' 신고자의 파탄난 삶 "죽고 싶다"

입력 2011.06.26 15:46 | 수정 2011.06.26 15:48

지난 4월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110억원이 넘는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땅속에 파묻혀 있던 엄청난 액수의 현금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땅속 현금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지기까지의 어처구니없는 과정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세상에 알려지게 한 단초를 제공했던 한 남성의 파탄난 삶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10억원 적발 사건‘은 마늘밭 현금을 경찰에 신고했던 안모(52)씨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24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안씨는 자신의 집을 버려둔 채 40여일 째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안씨는 “다 때려치워 버리고 죽고 싶지”라고 말했고 “누군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취재진이 찾아간 그의 집안에는 가스총이 비치돼 있었으며 심장 안정제인 청심환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출처=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 캡쳐
출처=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 캡쳐
마늘밭 현금의 존재가 드러나는 데는 안씨의 신고가 결정적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처남의 불법도박수익금 110여억원을 마늘밭에 묻어 숨겼던 이모(52)씨는 그 가운데 4억여원을 파내 생활비로 쓰고, 이 사실이 처남에게 탄로나는 것이 두려워 꾀를 냈다. 올해 초 이 밭에서 작업했던 굴착기 기사 안씨가 돈을 가져간 것처럼 뒤집어씌우려 했던 것이다. 이씨는 안씨를 찾아가 태연하게 “땅에 묻어둔 조직폭력배 자금 17억원 중 7억원이 없어졌다. 보지 못했느냐”고 채근했다. 이에 억울함을 느낀 안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40여일이 지난 지금 안씨는 자신이 신고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땅속에서 나온 돈의 액수가 무려 110억원이나 됐고, 또 그 돈이 ‘불법도박 수익금’으로 드러나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안씨는 사건 이후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했던 이씨의 처남들이 자신에게 보복을 할까 봐 두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죄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 110억원의 주인 이씨의 처남이 곧 출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안 씨는 불안한 마음에 지인을 통해 그들의 정체 확인를 확인한 뒤 “지금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조폭들이란 말인가?”라며 허탈해하기도 했다.

안씨의 신변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방송에서 “제보자를 보복하면 보복 범죄로 바로 구속이 된다”라며 “더 오래 많이 처벌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씨는 “말씀을 쉽게 하시는데 사람이 상대방을 죽이려면 순간적으로 죽여버리지 않느냐”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일을 했는데 돌아오는 건 불안뿐이라면 신고할 사람이 없어요. 당신 같으면 포상금 200만원 받고 신고하겠어요?”

보복을 당하리라는 두려움에 정상적인 삶을 잃어버린 안씨에게 돌아온 대가는 경찰 감사패 한 장과 200만원의 포상금이 전부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단 한 번의 신고로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전북 김제경찰서. 불법인터넷도박 자금으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의 한 마늘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캔 110여억 현금다발. 모두 8개박스로 그중 한개만 개봉해 공개했다. 바닥에 깔려있는것만 20여억이다./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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