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보교육이 '매 맞는 교사, 무너지는 교실'이었나

조선일보
입력 2011.06.24 23:31 | 수정 2011.06.24 23:35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학생이 교무실까지 쫓아와 교사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혔다. 학교는 폭력 학생이 전학을 가는 걸로 이 사실을 덮어버렸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화상(畵像)통화를 하는 학생에게 5초 동안 엎드려뻗쳐를 시킨 교사가 교육청으로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했다고 징계를 받았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작년 11월 1일 체벌 전면금지를 시행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체벌 금지, 복장·두발 자율화,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제한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올 1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두 교육감이 진보·좌파의 대표 주자 자리를 놓고 '학생 인권'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 학교 현장은 갈수록 황폐해가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희롱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것은 예사고, 말리는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주먹질·발길질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한 조사에서는 진보·좌파 교육감이 있는 서울·경기·강원·전북·전남·광주 교사의 67.8%가 1년 전보다 교육환경이 황폐해졌다고 답변했다. 나머지 지역은 같은 답변이 34.7%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지자체 조례보다 상위(上位)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엎드려뻗쳐나 팔굽혀펴기 같은 '간접 체벌'을 활용할 수 있게 했으나 서울·경기·강원·전북 4개 시·도 교육감은 이를 거부했다. 경기 교육감은 보란 듯이 '5초 엎드려뻗쳐' 교사의 징계를 강행했다. 교사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교총 조사에서 교사 3067명 중 96.9%가 "수업 중 문제학생을 발견해도 일부러 회피하거나 무시한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1만1500개 초·중·고교 교실에서 '교육 포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질문에 "선진국들이 다 하는 걸 왜 우리라고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학교폭력과 산만한 학습분위기, 학력저하가 국가적 골칫거리로 돼 있다. 1980년대 후반 노동당 정부 주도로 직·간접 체벌을 금하는 '노터치' 규정을 만들었던 영국에선 작년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 규정을 철폐하고 제한적인 간접체벌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수업 방해하는 학생의 인권만 인권이 아니다. 공부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인권도 인권이다. 교사가 매를 맞아도 눈을 감고, 탈선하는 아이들을 인권을 명분 삼아 방치하는 나라의 앞날이 어떠하겠는가. 지금의 좌파 교육감들에게 그 무서운 책임을 묻게 될 날이 머지않아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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