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국보순례] [113] 기메 박물관의 고려장신구

조선일보
  •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사
    입력 2011.06.08 23:31

    뮤지움 왕국이라 할 프랑스는 세계 미술을 파리의 국립박물관 여러 곳에 분산시켜 전시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은 고대이집트부터 17세기 유럽의 바로크 미술까지, 오르세박물관은 18~19세기 유럽미술, 퐁피두센터는 20세기 현대미술, 기메(Guimet)박물관은 동양미술이다. 기메박물관에는 한국 미술품이 약 1000점 소장되어 있는데 이 중 아주 특색있는 컬렉션은 고려시대 금속장신구들이다.

    폭 2㎝, 높이 3㎝의 앙증맞은 크기로 금속판을 안팎에서 두드려 연꽃과 물고기를 뚫음무늬로 디자인한 이 은제장신구<사진>는 손에 쥐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연꽃, 연밥, 연잎, 물고기 비늘의 묘사도 아주 정교하다. 대단한 공예품이다. 기메박물관에는 이와 같은 유물이 50여 점 소장되어 있다.

    이런 고려시대 금속장신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120점, 이화여대박물관에 70점,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28점 등 300여점이 알려져 있는데 대개 쌍으로 짝을 이루고 똑같은 것도 여럿 있다. 아직 그 용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복식에 사용된 장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1999년 청주 명암동의 한 고려시대 고분에서는 시신의 가슴 위치에서 이와 비슷한 은제 장신구가 쌍으로 출토되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고려시대 장신구들을 살펴보면 재질은 순금·금동·은이 대종을 이루고 간혹 옥 제품도 있다. 형태는 대개 원형·사각형·꽃봉오리 모양이며, 문양 구성은 연꽃·모란 같은 식물과 학·원앙·오리·봉황·용·거북이·물고기·벌·나비 등 동물을 절묘하게 결합하였고 사천왕 같은 불교 도상도 있다.

    이 작은 금속장신구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복식에 장식되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했을 것이다. 고려시대 복식은 현재 단 한 점도 전해지지 않지만 고려불화의 보살상 복식으로 미루어 볼 때 여기에 다는 단추나 옷 장식들도 이쯤이나 되어야 어울렸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고려시대 복식은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화려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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