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라고 다 십자가·첨탑 있어야 되나? 경건함 빼고 다 바꿨다"

조선일보
  • 채민기 기자
    입력 2011.06.03 03:05

    신촌성결교회 설계한 교회 전문 건축가 최동규씨
    "교회가 아니라 골목길에 예술작품 짓는 심정으로…
    기존 교회는 가풍잇는 장남, 이 건물은 자유분방한 차남"

    "어, 이거 교회 맞아?" 지난 3월 완공된 서울 동교동의 신촌성결교회 건물을 본 사람들의 첫 반응은 대개 이렇다.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도, 첨탑도 이 건물엔 없다. 2~3층의 낮은 주택 틈에 볼록 솟아있는 6층 규모의 이 교회는 징크(아연)와 유리, 석재 등 서로 다른 소재를 외벽에 적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벽에 적힌 '신촌성결교회'라는 단어를 보기 전까지는 세련된 복합문화공간이나 공연장으로 착각할 만하다.

    도로에 접한 파사드는 유리로 만들어 개방감을 높이고, 주택가를 향한 곡면의 벽에는 석재를 이어 붙여 시선을 차단했다. 외부에서 예배실 입구로 바로 이어지는 계단을 길게 만들어 신도들이 이동하는 동안 경건한 마음을 갖도록 했다. /서인건축 제공

    최동규(64) 서인건축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1980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 설계를 시작으로 경기도 양평 모새골성서연구소(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서울 전농동 나사렛교회(서울시건축상 장려상), 분당 예수소망교회(경기도건축상 입선) 등 전국에 100개의 교회를 설계한 교회 전문 건축가. 1일 만난 그는 "한국의 교회 건축은 제각각이면서도 획일적"이라며 "교회의 상징에 얽매이지 않고 골목길에 예술 작품을 세운다는 생각으로 설계했다"고 했다.

    신촌성결교회를 '교회 같지 않아 보이는 교회 건물'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새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옛 예배당 덕분이었다. "옛 예배당 건물은 열주(列柱)와 첨탑이 있는 전형적인 교회 건물이다. 옛 건물이 가풍(家風)을 잇는 장남 같은 건물이라면, 새 건물은 자유분방한 차남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 냄새를 지울 수 있었다."

    최동규 서인건축 대표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 모여 있는 대학가에 있는 점을 감안해 교회를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교회측의 바람도 반영했다. 그는 "목사님이 '평일엔 주변 대학교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교인이 아닌 학생들도 거부감을 갖지 않게 교회 색채를 줄여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건물 형태에서도 파격을 시도했다. 교회의 평면을 보면 한 변이 곡선으로 된 불규칙한 오각형 형태다. 골목으로 둘러싸인 땅 모양을 그대로 살린 결과다. 그는 "파사드(앞면)의 유리벽도 일부러 지면과 비스듬히 만나게 했다"며 "유연하고 독특한 형태에서 재미와 친근감이 생긴다.
    벽면을 불규칙한 삼각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동굴 느낌을 살린 본당 모습.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군복처럼 직선적이고 빳빳한 옷이 경직된 느낌을 주듯, 건물도 너무 반듯하기만 하면 무미건조하고 무뚝뚝해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건물 앞면을 유리로 한 것은 주변 건물에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는 "교회만 동떨어진 느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안쪽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를 썼다"며 "반대로 주택을 향한 벽면에는 석재와 금속 소재를 써서 시선을 차단했다"고 했다.

    최동규 대표가 교회를 지을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람들이 경건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디자인"이다. 일부러 건물 입구에서 예배실까지 이어지는 복도를 길게 만들어, 걷는 동안 마음가짐을 추스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신촌성결교회는 구조상 복도를 길게 낼 수 없어서 건물 외부에서 3층의 예배실 입구로 이어지는 긴 계단을 설치했다.

    (사진 위)널찍한 1층 로비에는 부드러운 느낌의 둥근 조명을 사용했다. (사진 아래 왼쪽)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땅의 모양을 최대한 살려서 건물을 한 변이 곡선인 불규칙한 오각형 모양으로 설계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아래 오른쪽)건물 옥상에는 꽃과 나무를 심은 작은 정원을 꾸몄다.

    예배실의 천장과 벽면 디자인에도 비중을 둔다. 이번에는 천장의 조명을 불규칙한 사각형이 이어진 모습으로 꾸몄다. 벽면에도 불규칙한 삼각형 모양이 튀어나오게 해 울퉁불퉁한 바위가 불거진 동굴 벽 같은 느낌을 준 것이다. 건축가 고(故) 김수근 선생의 조카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명길씨의 아이디어였다.

    30여년간 교회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로서 최 대표는 한국 교회 건축에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그는 "거북이 목처럼 큰 건물에 첨탑만 붙인 교회 건물이 많다"며 "십자가만 떼면 체육관인지 공연장인지 교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천편일률적인 예배실도 아쉬운 부분이다. "들어가면 어느 교회에 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진부하고 서로 비슷비슷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은연중에 규모와 세를 과시하고 싶어 지나치게 화려하고 큰 교회를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교회가 많다"며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교회 건물을 만드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교회같지 않아 보이는 교회 건물' 신촌성결교회에서 건축가 최동규씨가 이야기 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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