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건강보험공단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증질환에 대한 1차 의료기관 진료를 강제화하는 발표를 했다. 상당 부분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본인 역시 '인슐린의존형 당뇨병'이라는 난치병 환자이긴 하지만,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3차 병원을 찾는 주변 환자의 모습들이 건강보험의 재정 적자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뇨병(인슐린의존형 당뇨 제외)은 모두 경증질환으로 분류됐다. 당뇨병은 2009년 기준으로 1년에 건강보험 청구한 인구가 275만 명일 정도로 고혈압과 함께 대표적인 우리 사회의 성인병이며 만성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당국의 얘기는 만연해 있는 경증질환이며, 1차 진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질환에 대한 특성이다. 인슐린의존형 당뇨 환자 4만여 명을 제외한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환자 모두를 경증으로 분류한 것은 당뇨병의 특성과 기전, 그리고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결과를 외면한 탁상공론의 결과라고 하겠다. 신장투석의 40%, 시각장애의 30%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당뇨병은 인슐린을 맞지 않고 경구혈당강하제나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만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합병증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며, 가벼운 치료만 받아도 되는 질환 또한 아니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관리하는 환자도 한순간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저혈당에 빠지게 되고, 경구혈당강하제로 관리한다 해도 커피 한 잔에 혈당이 수백씩 올라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당뇨병은 또한 환자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가족부터 의료진,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팀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시스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시스템을 통해 당뇨를 전문으로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원은 대도시에서도 한두 곳에 불과하다. 모든 1차 의원에서 모두 당뇨환자를 처방할 수는 있지만, 환자의 관리를 모두 함께 해 줄 수는 없다. 따라서 환자의 특성에 따른 병의원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당국은 하루빨리 당뇨병 환자의 치료방법과 관리체계의 특성을 파악하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세수의 부담을 덜고자 제약을 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구가 많기에 더 올바른 관리체계를 확립하여 추후 당뇨병으로 인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입력 2011.06.0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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