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들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민주당의 공격에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이 오히려 매를 들고 있다"고 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간 야당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대신 여당을 앞세워 왔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이번 일에서만큼은 발끈하며 직접 나서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직접적인 원인은 야당의 공세를 '적반하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저축은행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저축은행은 모두 특정고교(광주일고)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다"며 "이들이 어느 정권, 어떤 사람들과 친한지는 세상이 다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저축은행 사태 초기부터 '특정 고등학교' '특정 지역' 출신들을 거론해 왔다.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일으켜 놓고는 파장이 커지자 그 잘못을 현 정권에 뒤집어씌우며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하반기에 내수시장을 확대할 방안을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다뤄온 한 청와대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의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은행장 등은 모두 광주일고 출신 동문들로, 이들이 '사채업' 수준으로 해오던 일을 저축은행으로 사업을 바꾸고 거액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지인들에게 몰아주면서 부실이 커진 것"이라며 "지난 정권들의 지역적 기반이 바로 특정지역이었던 만큼 과거 정권의 실세들이 이들의 뒤를 봐준 의혹이 있다는 것이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애초에는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작년부터 주도했던 이들도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검찰·경제관료 출신 직원들이었다. 검찰 출신 관계자는 "저축은행 문제를 건드릴 경우 정치적으로 지난 정권과 부딪힐 수 있다며 정무라인에선 '괜한 문제 일으키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부실을 방치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 더 크게 터질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출신들이 발동을 세게 걸었던 것인데 일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돼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야당에서 특정 수석비서관 등을 거명하며 정치적 쟁점으로 의혹을 제기하자 "어떻게 자기들이 그럴 수 있느냐"며 싸움이 커졌다는 주장인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업계의 큰 부분을 특정 지역 출신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수사 대상이 된 저축은행 경영자들도 한결같이 입을 닫고 있다"며 "입을 열 경우 그 지역과 학교 안에서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했다.

부산저축은행 본점 자료사진

청와대와 여당이 저축은행 사태를 피하지 않고 맞받아치는 데는 정치적인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의 싸움으로 각(角)을 세우게 되면 흩어진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이 진행 중인 저축은행 관련 470여개 PF 사업장에 대한 전면 조사가 지난 정권 인사들과 관련된 특혜나 대출 압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금감원 조사 결과 이런 청와대의 '추측'이 근거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반대로 정권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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