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 애가 아프다는데도 "나가 놀아라"

조선일보
입력 2011.06.01 03:06 | 수정 2011.12.15 15:28

아이 맡기기가 겁난다
육아 기본 상식도 모르고 애 밥먹이며 때리기도… 부모들, 집 안에 CCTV설치 직장에서 실시간 감시

맞벌이 주부 이모(38)씨는 올해 초부터 아들 민모(6)군을 사설업체에서 소개받은 베이비시터(아기 돌봐주는 사람)에게 맡겼다. 지난달 중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가 품에 안기며 울음을 터트렸다. 몸에선 열이 났고 먹은 음식을 토하기 시작했다. 40대 후반의 베이비시터는 "얘가 멀쩡했는데 갑자기 그러네"라며 퇴근해 버렸다. 이씨는 급히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아이는 "아프다고 했는데 아줌마(베이비시터)가 밖에 나가서 친구하고 놀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섯살 된 딸을 조선족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있는 회사원 김모(35)씨는 올해 초부터 거실과 아이방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했다. 김씨가 직장에서 사용하는 PC로 실시간으로 아이를 지켜 볼 수 있게 됐다. 작년에 아이를 맡겼던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때린 적이 있어 설치를 결심했다. 김씨는 "지난해 그런 일을 당하고 나서부터 아이를 맡겨 놓고 출근해도 일이 손해 잡히지 않았다"며 "조선족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치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설업체로부터 소개받은 베이비시터에게 3개월 된 아기를 맡겼던 주부 최모(32)씨는 베이비시터가 아기를 눕힌 채 우유를 먹이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누운 상태에서 우유를 먹이면 아이가 토할 수 있다는 건 육아의 기본 상식이다. 결국 일이 터졌다. 자정 무렵 아기가 갑자기 토하는 바람에 병원 응급실로 뛰었다. 최씨는 "학교 선생님을 뽑을 땐 엄청난 경쟁을 거쳐 지식이나 자질을 검증하면서, 아기는 아무나 볼 수 있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베이비시터가 아이에게 욕설을 하거나 때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전남 무안에선 40대 베이비시터가 16개월 된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손등을 때리고, 욕설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육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자질이 부족한 '불량 베이비시터'도 증가하고 있어 맞벌이 주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가 파견하는 베이비시터(아이돌보미사업)가 7800여명, 전국 100여개 사설 업체가 운영하는 베이비시터 1만6000여명으로 총 2만3800여명에 이른다. 정부가 파견하는 베이비시터의 경우 40세 미만 여성은 6.1%(47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40·50대 중년 여성이어서 재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나 사설업체의 베이비시터가 되기 위해선 아무런 자격 제한이나 검정시험도 없다. 식당을 개업하려면 '조리사'자격증이, 용접공으로 일하려 해도 '용접기능사'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는 '몸만 멀쩡'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베이비시터 업체가 관리나 감독의 사각(死角) 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설 베이비시터업체는 법적으로 '직업 소개업'이어서 고용노동부 관할이지만, 노동부가 베이비시터 자격이나 자질을 검증하지는 않는다. 여성가족부 역시 "사설 베이비시터 업체를 관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베이비시터를 '여성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만 다루다 보니 무자격 베이비시터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YMCA가 운영하는 육아센터 '아가야센터'의 윤경아 소장은 "아이를 가진 직장여성들이 맘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베이비시터의 전문성과 자질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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