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오이에 수퍼박테리아… 유럽, 채소 공포증

입력 : 2011.05.28 03:06

214명 감염, 최소 3명 사망… 가축 분뇨 묻은 채소 통해 사람에 전염된 것으로 추정
"토마토·상추도 오염 가능성, 70도 이상으로 익혀 먹어야"

독일 북부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수퍼박테리아가 확산되고 있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6일 대장균 변종인 장출혈성대장균(EHEC)으로 인해 독일 북부를 중심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14명의 감염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도 400명이 넘는다. 보건당국은 EHEC 병원균이 가축의 분뇨가 묻은 채소를 통해 사람에게 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이 수퍼박테리아는 스웨덴(10명), 덴마크(4명), 영국(3명), 네덜란드(1명)에서도 감염환자가 확인되며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 의회 보건식품안전위원회 조 레이넨 위원장은 "EHEC 병원균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독일 시사주간지 디차이트에 말했다.

범인은 스페인산 '오이'

EU 집행위는 이 병원성 대장균의 출처로 스페인 알메리아와 말라가 지역에서 출하된 유기농 오이를 지목하고 EU의 각 회원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독일에서 유통되는 오이의 3분의 1이 스페인산이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오염된 오이가 어느 농가에서 출하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유통경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보건 당국은 토마토와 상추, 네덜란드산 오이 역시 오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역학 조사에 들어갔다. 독일 국립 전염병 연구소인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는 "이 세 가지 채소는 당분간 먹지 말고, 다른 채소들도 70도 이상에서 익혀 먹으라"고 권했다.

독일 전역에서는 채소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마트의 샐러드 코너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유기농(Bio)' 코너도 한산해졌다. 독일농민협회(DBV)는 "대형 매장들로부터 토마토와 오이를 납품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있다"며 "특히 북부지역 농가들은 출하할 곳을 찾지 못해 채소 위기가 재앙 수준"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고령의 여성들

독일에서는 매년 800~1200명의 EHEC 감염 환자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어린이 환자였다. 하지만 올해 EHEC는 성인, 특히 여성들에게 감염돼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EHEC로 인한 첫 사망자는 지난 24일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州) 하노버 인근에서 발생했다. 83세 여성이 일주일 넘게 피 섞인 설사 증상을 보이다 세상을 떴다. 이어 25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거주하는 89세 할머니가 사망하고, 브레멘에 사는 23세의 여성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독일 보건 당국은 변종 박테리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HEC 환자는 1983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주로 갈아 만든 쇠고기(햄버거)나 우유 등에 의해 감염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47명의 아이가 EHEC에 감염됐는데 이를 언론에서는 '빅맥 공격(Big Mac attack)'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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