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측, 특사단 숙소사건 한마디도 언급 안해"

입력 2011.05.27 03:06

'T-50 훈련기 수출' KAI 김홍경 사장
"印尼, 러 부품 공급에 불만… 직접 부품 들고 찾아가… 손해 보는 계약 절대 아니다"

"비장의 무기를 갖고 가자."

지난해 8월 김홍경 한국우주산업(KAI) 사장은 컨테이너 박스를 들고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컨테이너 박스 속엔 2001년 KAI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던 KT-1 기본훈련기 조종석 캐노피(유리덮개) 2개와 KT-1을 수리할 수 있는 부속품들이 들어 있었다.

인도네시아 공군은 뜻밖의 '공짜 선물'을 보고 무척 고마워했다. 인도네시아 공군은 예산이 부족해 비싼 기름으로 닦아야 하는 KT-1 조종석 캐노피를 싼 기름으로 닦아 캐노피가 뿌옇게 돼 사용하지 못하게 되거나 제대로 부속품들을 갈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 전투기들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러시아편이 많은 인도네시아 공군과 국방부 사람들 사이에서 비로소 "한국은 물건(KT-1)만 팔고 모른 척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김홍경 한국우주산업 사장

김 사장은 "그때 한국 고등훈련기 T-50 수주전에서 러시아에 역전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잡혔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인도네시아 공군은 고등훈련기 사업에 러시아의 Yak-130을 1등, T-50을 2등으로 선정했던 터였다. 김 사장은 또 T-50은 개발 후 3만 시간이나 무사고 비행을 했지만, 경쟁기종인 러시아 고등훈련기는 두 차례나 추락했다는 사실을 인도네시아측에 집요하게 설득했다. 드디어 지난해 11월 2차 평가에선 T-50이 러시아 훈련기를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김 사장은 26일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계약 체결을 국방부에서 공식발표한 뒤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8월 러시아측이 전투기 부품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않아 인도네시아 공군의 불만이 있는 걸 알게 됐다"며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T-50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 50여일 만에 본(本)계약이 체결된 것도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김 사장은 "우선 인도네시아가 노후한 훈련기 선정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고 우리가 매우 짧은 기간 내에 항공기를 납품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보통 항공기 계약체결에서 인도까지는 2년 이상 걸리는데 KAI는 1년6개월인 2013년까지 16대를 납품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사장은 "우리에게 매우 부담이 되지만 밤샘 작업을 할 각오를 하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T-50 수출은 지난 2월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으로 고비를 맞기도 했다. 김 사장은 "크게 걱정했으나 예상 밖으로 인도네시아 관계자들은 그 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KAI가 T-50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수출하지 않았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절대 손해 보고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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